디자인

'디지털 아트? 공산당 선전?' 중국에서 유행하는 예술작품의 정체

레드프라이데이 2021. 6. 24. 14:33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바로 정치 풍자 작품입니다. 사실 중국은 인터넷 검열이 심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중국 공산당이나 시진핑 주석의 정책을 풍자하거나 이에 반대되는 노선의 의견은 즉시 검열해 삭제하기에 비교적 검열에서 자유로운 이미지 형태의 풍자가 SNS 유저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인기를 얻고 있는 예술 작품은 이와 정 반대입니다. 바로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인데요. 과연 어떤 작품일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MZ세대의 애국주의 자극하는 일러스트

이들이 열광하는 작품은 바로 중국의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작품입니다. 중국의 MZ 세대는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세계적 위상을 보며 자랐는데요. 이에 이들의 애국심은 매우 높은 상황이며, 현재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인종차별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각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애국심은 더욱 고취되고 있죠. 그리고 이런 상황을 비판하는 '풍자 작품'에 열광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후의 G7

먼저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작품은 <최후의 G7>입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것인데요. 그래픽 아티스트 반퉁라오아탕이 제작한 것이죠. 길쭉한 테이블 위에는 동물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습니다. 테이블 가운데 앉은 예수의 얼굴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흰 독수리를, 나머지 제자들의 자리에는 늑대(이탈리아), 시바견(일본), 캥거루(호주), 사자(영국), 비버(캐나다), 코끼리(인도)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 그림에는 풍자와 상징이 가득한데요. 일본을 상징하는 시바견은 원자력 마크가 그려져 있는 주전자에서 초록색 물을 따르고 있는데요. 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를 상징하는 코끼리는 테이블 아래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요. 이는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을 비꼰 것입니다. 또한 캐나다를 상징하는 비버는 중국 인형을 꼭 붙잡고 있는데요. 이는 2018년 캐나다 공안에게 체포된 뒤 캐나다에 체류 중인 멍완저우 화웨이 사장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또한 테이블 위에는 중국 국기가 그려진 케이크가 있어 이들이 중국을 먹어 치우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군대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허치린의 작품 <평화의 군대> 또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그림은 지난해 11월 그린 것인데요. 호주 군인은 어린양을 안은 소년의 목에 피 묻은 칼을 겨 누고 있습니다. 이 호주 군인은 아프간에 파견된 것인데요. 호주 군대가 아프간에서 벌인 만행을 고발하는 것이 그 주제이죠. 배경에는 미국을 따르며 중국과 각을 세우는 호주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그림은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이 퍼 나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허치린은 5월 초 G7 외무장관 회의를 풍자한 시사만화도 만들었는데요. G7 외무장관을 1900년 의화단 사건을 진압한다는 구실로 중국을 침공한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8개국 연합군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혈면행동

올해 초 많은 글로벌 브랜드와 서구 사회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문제를 비판하며 신장산 면화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풍자 작품 <혈면행동>을 공개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가 착용하는 흰색 두건을 쓴 기자가 흑인 노예들이 착취당하고 있는 면화밭에서 허수아비를 인터뷰하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인터뷰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는 영국의 방송사 BBC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로고가 달려있었습니다. 허수아비 옆 플래카드에는 '난 성폭력과 학대를 당했다'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앞서 BBC 방송에서는 신장 위구르 수용소에 있는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당시 중국 외교부에서는 BBC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예술? 프로파간다?

과연 이런 작품들은 예술일까요? 프로파간다(선전, 선동)일까요? 사실 예술과 프로파간다 사이에 경계선이 뚜렷이 있는 것은 아닌데요. 확실한 것은 이 예술 작품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관영매체나 중국 외교부 공식 채널에서는 이런 작품을 두려움 없이 공유하고 공개하는 것이죠.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중국을 찬양하고 중국에 맞서는 나라들을 비판하는 일러스트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 또한 이 주제로 그림을 그렸을 때 많은 네티즌들에게 극찬받고 있기에 더욱 이런 그림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예술을 통한 프로파간다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