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건물주'되겠다는 뱅크시, 성소수자들에게 지지 받고 있는 이유는?
레드프라이데이
2021. 12. 8. 17:23
전 세계를 다니며 사회 비판적인 벽화를 그립니다. 그의 행동은 불법이죠. 그러나 일단 벽화가 그려졌다 하면 이 벽화는 소중하게 다뤄지는데요. 주택의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지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합니다. 이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Banksy)입니다.
뱅크시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회 전반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벽화를 남기곤 하는데요. 지난 3월 또 한 번 벽화를 공개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벽화가 그려진 곳은 영국 버크셔의 레딩 지방에 있는 레딩 감옥이었습니다. 이 감옥은 1844년에 지어진 후 2014년 1월에 문을 닫은 곳이죠.
높디높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 뱅크시. 과연 벽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바로 한 수감자가 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수감자는 죄수복을 입고 매듭으로 묶은 무언가를 타고 내려오고 있는데요. 이 매듭의 끝에는 타자기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과연 이 벽화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던 걸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인데요. 그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녀가 두 명 있었지만 공공연하게 동성연애를 즐기곤 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귀족의 아들 앨프리드 더글라스와도 연인 관계를 이어갔는데요. 앨프리드의 아버지는 오스카 와일드를 고발했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동성애만으로도 처벌을 받았는데요. 이에 오스카 와일드는 2년의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레딩 감옥에 갇혔고 출소한 후 그 유명한 '레딩 감옥의 노래'라는 시를 쓰기도 했는데요. 이 시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정체성이 담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에 레딩 감옥은 성소수자의 상징이 된 것이죠. 그리고 벽화 속 수감자는 오스카 와일드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뱅크시가 이 그림을 그린 것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감옥 건물의 운명 때문이었습니다. 이곳은 2014년 1월 문을 닫았는데요. 2015년 지방 당국에서는 이 감옥의 부지를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이후 이 지역의 주민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레딩 감옥의 재개발을 반대해왔습니다. 이들이 재개발을 반대한 이유는 바로 이 감옥이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뱅크시의 그림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레딩 감옥의 재개발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 그림을 그린 것이었죠. 그리고 얼마 전 뱅크시는 레딩 감옥 건물을 사기 위해 1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56억 원을 모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건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죠. 뱅크시는 영국, 그리고 예술계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인데요. 뱅크시가 의지를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아마 이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