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내의 물이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것 같습니다. 각종 시민 단체가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 심지어 대장균이 나오기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승무원들도 비공식적으로 기내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지 않을 것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화장실의 물을 사용해 손을 씻지 말고 차라리 손청결제나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비행기의 물탱크 청소는 항공기 제작사가 정한 정비 매뉴얼에 따라 이루어지는데요. 평균 1년에서 3년 주기로 청소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미국 항공사의 경우 그 기준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미국 환경 보호청 기준에 따라 일 년에 4회 물탱크를 청소하게 되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내 수질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서는 이용호 의원(무소속)의 요청을 받아 한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KTX와 KTX-산천에 설치된 물탱크의 청소를 '중정비' 때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 '중정비'를 자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정비란 수명이 절반에 이른 열차를 완전히 분해해 다시 조립하는 것인데요. KTX의 수명이 약 30년이라고 봤을 때 15년이 중정비 주기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즉, 15년 동안 물탱크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열차 이용객들은 이 물로 손을 씻기도, 심지어 양치를 하기도 하는데요. 15년 동안 물탱크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코레일 측에서는 물탱크의 청소 주기가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KTX의 모체는 TGV(테제베)인데, TGV를 운영하는 프랑스 국영철도사 유지 보수 기준과 유사하게 15년으로 정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달 국가공인기관인 다솔물환경연구소에서 먹는 물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정기적인 검사와 소독 등을 강화해 수질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용호 의원은 공중위생 관리 차원에서 사실상 관리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은 열차 사용수의 수질 관리 체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국회 차원의 조치와 관리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