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한 할머니가 벽에 그려져 있던 예수의 얼굴을 원숭이 얼굴로 바꿔놓은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스페인 보르하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는데요. 페인팅이 벗겨진 예수 벽화를 본 한 노인 신도가 안타까운 마음에 이를 정성스럽게 복원했고, 원작과는 딴판인 원숭이 그림이 되어버린 사건이었죠. 이 복원을 진행한 할머니는 큰 비난을 받았는데요. 그런 놀랍게도 원숭이 벽화는 세계인들에게 유명세를 얻어 하나의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매년 방문자가 6,000명 정도에 그쳤던 이곳은 관광객이 10배나 늘었고, 성당에는 벽화 안내 센터까지 개설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팔렌시아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안토니오 구즈만 카펠(Antonio Guzman Capel)은 조각상 복원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신랄한 비판을 했는데요. 누가 봐도 일부러 이상한 모습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모습에 분노했습니다. 그는 '사진이 흐릿하지만, 누군가 장난을 쳤음을 알아볼 수 있다'면서 '보르하에 있는 원숭이 예수 벽화와 견줄만한 관광명소가 팔렌시아에도 생기게 되었다'며 비꼬았습니다. 또한 '복원을 잘못한 사람도 문제이지만 복원을 의뢰한 사람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이런 복원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6월 스페인 발렌시아의 한 미술품 수집가는 바로크 시대의 회화 거장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성모인태화' 복제화를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60만원 가량의 돈을 주고 작품의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해 복원을 의뢰했죠. 그러나 복원을 맡은 사람은 회화가 아닌 가구 복원가였는데요. 아름다운 성모마리아의 얼굴을 지워버리고 두 차례 덧칠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스페인 에스텔라시의 성 미카엘 교회에 있는 성 조지 나무조각상도 수모를 입었씁니다. 성 조지는 전 세계적으로 용을 무찌른 용감한 기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를 복원하면서 마을 탄 성 조지의 얼굴은 분홍빛으로, 갑옷과 말은 회색으로 칠해지며 우스꽝스러워졌습니다.
세계의 아름다운 유산이 훼손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신중한 복원 작업으로 이런 참사를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