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비행기가 지연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강풍, 폭설 등의 기상 악화로 인해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정비의 문제로 지연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중요한 이유뿐만이 아니라 승객들은 상상도 못할 이유로 비행기가 지연된다고 합니다.
은근히 많이 일어나는 지연 사유는 '커피 머신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117개국 1,000개 이상의 항공사에 속한 비행기를 수리하는 한 회사의 CEO는 한 인터뷰를 통해 '뜨거운 커피가 부족하면 항공기가 고장 나지 않지만, 승객들, 그리고 승무원들의 불만이 커진다'면서 이는 항공사의 판매 실적이 낮아지고, 고객들의 만족도가 낮아지며, 결국 항공사의 명성에 누가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커피 머신을 고치거나 교체하느라 지연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연사유입니다. 우리나라 일부 공항에는 '통금 시간'이 있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일명 '커퓨 타임(Curfew Time)'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 피해를 줄이고자 밤 시간대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하는 시간대를 말합니다. 커퓨타임도 중요한 지연 사유 중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 공항에서 비행기가 지연되어 우리나라 공항에 도착 시 커퓨 타임을 못 맞추는 경우, 아예 더 지연시켜서 비행기가 우리나라 공항에 들어올 수 있는 시간대로 맞추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커퓨 타임이 있는 공항은 김해공항, 김포공항, 대구공항입니다.
승무원의 비행시간제한도 매우 흔한 지연 사유 중의 하나입니다. 승무원의 비행시간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생각해 매우 엄중한 과징금을 받을 수 있는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내의 한 항공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한 항공기는 기상 악화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이전 편 비행 업무를 수행한 승무원 2명이 초과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승무원의 초과근무로 인해 이미 6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적이 있었던 이 항공사에서는 승무원의 초과 근무 대신 '7시간 지연'을 택했습니다. 항공기가 무리하게 7시간 동안 지연된다면 '승객 보호 기준' 위반으로 500만 원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승객들은 왔는데 파일럿이나 승무원이 오지 않아 비행기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객실승무원이 병가를 내서 오지 못하는 경우 보통은 '대체 승무원'이 있어 크게 지연 사유가 되지 않는 반면, 파일럿(운항 승무원)이 아프거나 늦잠을 자서 못 오는 경우에는 지연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겪었던 지연 사유 중 가장 황당했던 상황으로 파일럿이 늦게 온 경우를 꼽았는데요. 파일럿이 비행 시간을 착각해서 늦게 온 경우, 늦잠을 잔 경우 등의 사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황당한 사유로 인한 지연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승객의 '고백'이었는데요.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가 이륙을 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때 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그 내용은 바로 자신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위탁 수화물에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고 있던 비행기는 다시 되돌아와야 했고, 그 손님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찾아서 제거해야 했습니다. 위탁수하물을 맡길 때 담당자가 엑스레이를 통해 모두 확인한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손님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항공사에서 일일이 자세히 다 밝히지는 않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지연 사유가 있습니다. 지연이 되면 호텔 예약, 연결 편 등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짜증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소 필요 없어 보이는 관리 감독과 규정도 어떻게 보면 승객의 안전을 위해 시행되는 것이 많은 만큼 승객들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