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술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의 기술인 '프레스코화'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회반죽이 마르기 전, 즉 이탈리아어로 프레스코(신선) 할 때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리는 기법으로, 14세기에서 15세기에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했던 그림입니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나 바티칸에 여행 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프레스코화가 현대적인 버전으로 재해석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 프레스코화는 미술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디 있을까요? 바로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D&G)의 한 매장에 있습니다.
로마에 새로 문을 연 800평방미터, 약 240평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돌체앤가바나 매장에 있는 프레스코화는 일반 프레스코화와는 다소 다릅니다. 바로 디지털 방식으로 프레스코화를 만들어 낸 것인데요.
이 프레스코화는 이 매장의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천장화는 후기 바로크 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이자 프레스코화의 거인이라 불리는 파울 트로거(Paul Troger)의 18세기 작품을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아름다운 색감과 신화를 사용한 소재는 공간에 환상과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이곳은 완벽한 대칭으로 이루어진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울을 이용해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또한 디지털의 특징을 잘 살려 벽화에 있는 구름이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반짝 번개가 치고 있으며, 벽화와 어울리는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어 의류매장이라기보다는 갤러리에 가까운 공간입니다.
이 매장은 프레스코화 이외에도 로마, 그리고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에 영감을 받아 인테리어를 완성했습니다.
2층으로 이루어진 이 매장에는 총 11개의 공간과 59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22미터의 폭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며 이곳에는 6미터 높이의 천장이 있습니다. 이 공간에는 채광 창이 달려있는 돔이 두개 있으며, 이 돔에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모자이크가 원형으로 이 채광 창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래 바닥은 15개 종류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는 기하학적으로 콜라주 되었으며, 가는 줄무늬가 있는 검정색, 회색에서 강렬한 노란색과 빨간색, 그리고 부드러운 아이보리색 등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이 매장은 16세기 이탈리아 귀족의 저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각각의 공간은 대리석, 빛, 색상을 적절히 사용하여 화려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구석구석에는 라틴어가 많이 보입니다. 이는 로마의 문학, 철학, 그리고 시에 나오는 문구라고 합니다. 또한 황동색의 놋쇠를 이용하여 돌체앤가바나를 상징하는 알파벳 D와 G를 넣었네요.
남성복이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3톤에 이르는 나무로 장식되어 있으며 특히 호두나무, 다크 에보니가 사용되었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황동색의 놋쇠가 나무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꼭 명품 구매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디자인, 예술, 그리고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마의 스페인 광장 근처에 위치한 이 매장을 한 번 쯤 들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 그리고 현대 기술을 사용한 재해석의 완벽한 예시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