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잡지 안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비싸서 살 수 없는 옷과 액세서리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모델의 얼굴들, 비현실적으로 날씬한 모델들, 그리고 성공한 여성들의 스토리,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의 인터뷰까지 사람들의 이상향이 압축되어 있는 한 권의 인쇄물이죠.
이탈리아 보그의 1월 호에는 사진 대신 일러스트가 실렸습니다.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보그지가 사진 없이 나간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 보그에서는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요?
바로 '환경 보호' 때문입니다. 실제로 보그 이탈리아의 편집장은 2019년 9월 호에서 한 권의 잡지를 발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지 밝혔습니다. 150명의 사람들, 20번의 비행, 12번 정도의 열차 여행, 40여 대의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어야 하며, 60번 정도의 국제 운송, 최소 10시간 동안 계속해서 조명을 켜두어야 하며, 모델과 스텝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비닐, 플라스틱, 그리고 핸드폰과 카메라를 충전하기 위한 전기 사용 등을 꼬집었죠.
또한 보그 이탈리아의 모회사인 콘데나스트(Conde Nast)에서는 자사에서 발행하는 출판물 26개가 좀 더 '환경친화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을 약속했다고 하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이 임무의 일환인 것이었죠.
이탈리아 보그 1월 호는 특별히 8개의 다른 일러스트 커버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커버는 작가가 임의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찌의 옷으로 스타일링 된 모델을 보고 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잡지에 실리는 기사도 헌 옷을 어떻게 재사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보그에서는 이런 발행 방법으로 많은 돈을 아꼈는데요. 그들은 이 돈을 홍수로 피해를 입은 학생 재단인 Querini Stampalia Onlus를 복원하는데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매우 좋은 취지인 것 같은데요. 사실 이렇게 한 번 하는 것이 이벤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보그의 편집장은 이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있으며, 문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이 상황에 정직하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이라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2020년 패션계의 화두가 '환경 보호'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패션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계속될 전망인 것 같은데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