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문화 무시?' 백인 모델에게 흑인 가발 씌웠다 욕먹은 패션 브랜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이 달린 하트 모양의 패치를 알 것 같습니다. 이 로고는 베이직한 아이템을 단 번에 패셔너블하게 바꿔주는데요. 바로 '꼼데'라고 불리는 '꼼데가르송 플레이'의 로고이죠.

꼼데가르송 플레이는 꼼데가르송을 창시한 일본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캐주얼 라인인데요. 웨어러블한 꼼데가르송 플레이와 달리 꼼데가르송은 좀 더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히로시마 쇼크' '추의 미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패션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아방가르드한 의상들을 주로 선보이는 브랜드이죠.

얼마 전 파리 패션 위크에서는 꼼데가르송의 F/W 2020 패션쇼를 선보였습니다. 패션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은 이 쇼가 끝난 이후 이 패션쇼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였을까요? 바로 모델이 쓴 가발 때문이었습니다.

모델들은 대부분 백인들이었는데요. 이들이 쓴 가발은 '콘로우'라고 불리는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콘로우(cornrow)란 옥수수밭길을 뜻하는데요. 옥수수밭길처럼 직선으로 가지런하게 머리를 두피에 최대한 바짝 붙여 땋은 머리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백인 모델들이 콘로우 스타일의 가발을 쓴 것이 왜 문제가 된 것일까요?

왜냐하면 콘로우 스타일은 흑인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콘로우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에서 시작된 머리 모양인데요. '콘로우'라는 이름처럼 농업, 그리고 노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쿠바의 트리니다드에서는 콘로우 대신 '케인로우'라고도 불리는데요. 이곳의 흑인들이 노예생활을 할 때 사탕수수(sugar came)밭에서 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콘로우라는 단어는 흑인 문화와 역사가 담겨있다는 것이죠. 단순한 패션 스타일로 소비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 제기를 먼저 한 사람은 캐나다의 패션 디자이너 태니 리치스(Tani Riches)였습니다. 이어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태니 리치스의 의견에 동의하며 이 브랜드에게 사과를 요구했죠. 

이에 결국 꼼데가르송의 패션쇼를 맡았던 헤어디자이너 줄리앙 디스(Julien D'ys)가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사실 이 헤어스타일은 이집트의 왕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자신은 이집트 왕자 스타일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헤어스타일을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으로 상처받았다면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 것이었죠. 

이 사건은 전형적인 '문화적 전유' 혹은 '문화적 도용'에 관련된 것인데요. 문화적 도용이란 어느 한 문화집단이 다른 인종이나 문화집단의 전통문화를 자신의 것인 마냥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 특히 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실 '문화적 도용'에 관한 논란은 현대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 중의 하나인데요. 문화적 도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문화적 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민반응을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의 의도와 해당 문화의 잘못된 이해가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이들은 너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여기저기 들이대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문화적 도용에 대한 많은 의견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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