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전시된 1억 4천만 원짜리 예술 바나나를 배고파서 먹었습니다.

최근 수십 년간 개념 미술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개념 미술이란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철학,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이에 소변기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캔버스 위에 줄을 하나 그어 놓은 것도 예술이 될 수 있었죠. 그러나 개념미술은 대중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날로 먹는다. 난해하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나도 예술 할 수 있겠다'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죠.

지난해 12월에도 개념 미술 작품 한 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팔린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며 12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에 팔렸는데요. 작품의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바로 바나나 한 개를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것이었죠. 그리고 작품에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의 작품명을 붙였습니다.

벽에 붙여놓은 바나나 한 개가 1억 4천만 원에 팔렸다는 뉴스도 충격적이었지만 더욱 황당한 뉴스가 들렸습니다. 바로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행위 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니가 이 바나나를 뜯어 '배가 고프다'라는 이유로 먹어 없앤 것이었죠. 이 사건은 전 세계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작품이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군중들이 몰려들며 갤러리 측에서는 바나나 작품을 철거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바나나를 먹은 행위 예술가는 작품 훼손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구매자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념'을 산 것이지 '작품 자체'를 산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작품을 설치하는 방법이 적힌 가이드북과 작품의 정품 인증서를 사게 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얼마 전 이 유명한 1억 4천만 원짜리 바나나가 저명한 미술관에 입성했다는 소식입니다. 바로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입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익명의 기부자가 이 작품을 뉴욕 구겐하임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물론 바나나를 기부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바나나의 교체 주기, 바나나의 설치 높이 등)을 상세히 기술한 14페이지의 가이드북과 작품의 정품 인증서를 기부한 것이겠죠. 

'코미디언'이라는 제품은 총 세 개가 팔렸습니다. 행위 예술가가 먹어버린 바나나 이외에도 같은 가격인 12만 달러에 하나가 더 팔렸으며 세 번째 '코미디언'은 1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8천만 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적인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자신의 작품과 '코미디언'을 교환하자고 제안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중 하나는 5천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745억 원에 팔린 적이 있으며, 데미안 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예술가로 불릴 만큼 값비싼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개념 미술의 세계인 것 같은데요. 한편 구겐하임 미술관은 다가오는 10월 3일 다시 문을 열 예정이며, 이 바나나가 언제 전시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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