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명동 거리를 휩쓸었던 체크 스카프를 기억하시나요? 굵고 가는 세로선과 가로선이 교차하고 있음 초록, 빨강, 핑크 등 색이 입혀진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패션의 아이콘 지드래곤이 애용하는 제품으로 알려지며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5천 원에서 1만 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 또한 인기에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스카프는 둘러만 줘도 경쾌한 힙합 느낌을 낼 수 있어 큰 화제가 되었죠.
그리고 10년이 지난 오늘날 이 스카프가 다시 출시되었습니다. 바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입니다. 루이비통에서는 '모노그램 카피예 스톨'이라는 이름의 88만 원짜리 스카프를 공개했는데요. 이 스카프는 곧 논란에 휩싸이고야 말았습니다. 과연 이 스카프는 왜 문제가 된 것일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0년 전 지드래곤이 착용했던 제품은 사실 당시 최정상급 할리우드 스타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크리스 브라운, 그리고 축구 선수이자 트렌드세터인 데이비드 베컴이 착용하고 나오며 미국 10~20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제품입니다. 그리고 이 제품에 '카피에(Kaffiyeh)'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요. 이는 아랍 국가에서 사용되는 머리에 두르는 천을 의미합니다. 케피예는 아랍 지역의 뜨거운 햇빛과 모래 먼지를 막아주고, 건조한 대기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게 해 주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야간에는 체온 유지를 돕는 기능을 지니고 있죠.
그러나 현재 카피에는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의 상징입니다. 199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팔레스타인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야세르 아라파트는 항상 케피에를 쓰고 다녔고 1960년대 아라파트가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을 선포하며 카피에의 상징성은 더욱 확고해진 것이었죠. 그러나 이후 스타들이 카피에 스카프를 착용한 후 중국산 카피에 스카프가 전 세계를 휩쓸며 한차례 유행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루이비통에서 카피에를 '레트로 패션'의 일환으로 다시 한번 출시했습니다. 이 스카프에는 '카피에'라는 이름을 명시적으로 붙여뒀는데요. 그러나 이는 '문화적 전유'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적 전유란 어느 한 문화집단이 다른 인종이나 문화집단의 전통문화를 자신의 것인 마냥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 특히 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스카프는 문화 점유라는 것이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는 무력 충돌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에서는 어린이 61명을 포함해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유엔 사무총장 또한 '이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지금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삶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징을 상업화했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카프의 색상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스카프의 색상이 이스라엘의 국기 색상을 연상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모독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본 많은 네티즌들은 '억압받는 자들의 문화로 돈을 벌지 말라' '그냥 스카프 만들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지금 카피에 스카스 만들어서 파는 건가요?'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던 루이비통. 그냥 루이비통은 돈 벌려는 것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패션은 패션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패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