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가' '현대 미술의 거장' 등 온갖 위대한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 화가. 바로 파블로 피카소입니다. 피카소는 입체주의의 창시자이자 거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양식을 가리지 않았고, 기교나 독창성에 한계 없이 살아생전 많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요. '피카소가 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활발하고 왕성하게, 동시에 여러 시도를 하나 천재 예술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계에 한 획을 그은 피카소. 그러나 피카소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페미니즘이 대두되며 피카소의 여성 편력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피카소는 결혼 중에도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는 등 여성 편력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중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피카소의 연인은 7명이며 이들 중 두 명은 자살하고, 두 명은 정신병자가 될 정도로 여성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피카소의 이런 행동에 대해 항의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높인 시위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예술가이자 스페인 베니카심의 예술 학교 에스콜라 마싸나의 교수로 재직 중인 마리아 요피스(Maria Llopis)와 그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5월 27일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을 방문했는데요. '피카소, 여성 학대자' '피카소, 도나 마르의 그림자' 등의 문구가 적힌 흰색,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피카소의 작품 앞에서 침묵시위를 펼쳤습니다.
이번 시위는 마리아 요피스의 강좌 코스 일부였습니다. 현재 마리아 요피스는 '예술과 페미니즘'에 관련된 강좌를 맡고 있는데요. 이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진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창의성을 펼치지 못한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고 밝히며 이 시위의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카소 미술관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피카소의 여성 편력에 대한 전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요피스는 이 시위를 '침묵적인 행동'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미술관 경비원들도 마리아 요피스와 학생들을 따라 현장으로 갔지만 이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이들의 시위를 막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마리아 요피스는 이 시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협박까지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에 그녀의 SNS 계정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위에 관한 피카소 미술관 측의 입장은 어떨까요? 미술관의 에마뉘엘 기공(Emmanuel Guigon) 관장은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좋은 일' '미술관은 토론이 열리는 곳'이라고 밝히며 이런 시위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어 '피카소는 19세가 사람이었고, 확실히 마치스타(machista, 남성우월주의자) 였다면서 젠더 관점에서 피카소를 바라보는 공개 토론을 열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근 몇 년 피카소의 여성 편력, 여성 학대에 관한 관점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2018년 공연에술가 엠마 술코비치는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 앞에서 온 몸에 별모양을 그린 뒤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의 내용 중 '피카소는 20세기 여성들에게 최악의 행동을 저지른 사람으로 꼽히지만, 그의 그림을 미술관에서 뺄 수 있는가? 예술은 예술로 봐야 한다'는 내용에 대한 항의의 한 방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