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디자인 도용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보통 우리가 '명품'이라고 불리는 하이패션의 디자인은 출시되자마자 저렴한 버전으로 길거리에 깔리고, 럭셔리 브랜드 또한 다른 영세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도용하곤 하죠. 디자인 도용을 의심받은 디자이너들은 어김없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패션계에서 디자인 도용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디자인 도용 사례가 발각되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디자인을 도용한 곳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입니다. 얼마 전 엘렉시아이(Elexiay)라는 이름의 나이지리아 영세 브랜드에서는 자사의 SNS에 자사에서 만든 330달러짜리 스웨터와 쉬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17달러짜리 스웨터의 이미지를 나란히 비교해서 올렸습니다. 그리고 '쉬인에서 디자인을 훔쳤다'라고 밝혔습니다.
엘렉시아이에서는 SNS 게시물을 통해 자사를 '흑인 여성이 운영하는 영세 독립 비즈니스'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스웨터가 탄생하기 전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색상,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연구했고, 이 패턴이 나온 것'이라며 스웨터를 만드는데 큰 노력이 들어갔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엘렉시아이의 장인들은 모두 여성이며, 이 예술작품과 같은 옷을 만들기 위해 4일에서 5일을 일한다' '이런 재능과 노력이 들어간 제품이 기계로 만든 짝퉁이 되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밝혔죠. 또한 '쉬인이 웹사이트에서 이 제품을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후 쉬인의 웹사이트에는 해당 제품이 삭제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쉬인의 디자인 도용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인데요. 영국 패션 브랜드 닥터마틴 제조업체에서는 쉬인과 자매사이트인 롬위가 디자인을 베껴 자사 플랫폼에 팔고 있다고 주장하며 쉬인을 상표권과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액세서리 브린드 키케이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자신들이 디자인한 액세서리와 똑같이 생긴 것이 쉬인에서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되었죠. 또한 2018년에는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의 브랜드 로고를 베낀 로고 디자인을 제품에 활용하다 고소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사건은 미공개 합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당시 쉬인에서는 '회사는 상표권과 지식재산권 문제를 중요시 하기에, 제품 심사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말뿐인 다짐이었을까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디자인 도용 사건에 휘말리며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쉬인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쉬인은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앱이 되었습니다. 또한 쉬인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3배 이상 매출이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쉬인은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