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때문에 비밀 창고에 들어가고 있다는 아프간 예술 작품들

얼마 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했습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는데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인파가 카불 국제공항에 몰려들면서 사람들이 다치거나 숨졌으며,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하는 시민들은 총격을 받았습니다. 완전히 난장판이 된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또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예술문화계 인사들입니다.

이들은 곧 고대 유물과 예술품의 약탈과 파괴가 머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걱정하는 이유는 바로 2001년 일어났던 일 때문인데요. 2001년 3월 탈레반은 바미얀의 불상 두 개를 폭파한 바 있습니다. 바미안 석불은 바미안 주의 힌두쿠시 산맥의 절별을 파서 만든 것입니다. 이는 6세기 아프가니스탄이 불교를 믿던 시점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탈레반에서는 아프간 내 모든 불상을 '우상숭배'로 규정하고 수일에 걸친 다이너마이트 폭파작업 끝에 산산조각 내고 말았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카불 국립박물관의 유물 2,000점 이상을 강탈하고 파괴했는데요. 이는 사상 최악의 반달리즘으로 기록되며 당시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산재한 여러 유적이나 유물들이 다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이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국립박물관장은 '박물관에 약탈은 없었다'라고 밝히며 '지난 며칠 동안 경비원 몇 명과 함께 박물관을 지켰다'라고 말했죠. 또한 탈레반이 아니더라도 전쟁과 혼돈의 시기를 이용해 미술품을 약탈하는 기회주의자들로부터 박물관을 구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국립박물관장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직후 박물관 내에 있는 황금 유물들을 박물관 비밀창고에 보관해놓고 일부 직원과 사진을 찍으며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박물관 내에는 음식과 식수 공급에 차질이 있어 유물을 계속해서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과연 탈레반은 20년 전과 같은 역사를 반복할까요? 무차별적으로 유물을 파괴하고 약탈할까요?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서는 탈레반이 보다 온건한 이미지를 투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탈레반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도 적대적이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과 세계인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인연이 있는 일부 문화 단체들은 현지인들과 현지 유물, 예술 작품 등을 지키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간단하지 않았죠. 2019년 설립된 독립연구단체인 AVAH(아프가니스탄 시각 예술과 역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카불의 은행들은 문을 닫고 있으며, 카불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네요. 이에 현재 자신들과 협력할 현지 조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손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많은 유물과 예술 작품들. 과연 역사는 반복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유물들이 잘 보존될 것인지,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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