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가짜라는데 대놓고 입장료 2만 원 받는다는 '짝퉁' 뱅크시 전시회 논란

전 세계를 다니며 사회비판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그의 행동은 불법이죠. 그러나 일단 그림이 그려졌다 하면 이 그림은 아크릴로 덮일 만큼 소중하게 다뤄집니다. 주택의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지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하죠. 이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Banksy)입니다. 뱅크시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벽화를 남기는데요. 이에 뱅크시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자신이 그린 작품을 인증하고 있습니다. 

뱅크시의 작품은 경매 시장에서도 매우 뜨겁습니다. 코로나 시대 의료진들을 위해 그린 그림 <게임 체인저>는 1,67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70억 원에 팔렸고, 영국 정치권을 풍자하며 하원의원들을 침팬지로 묘사한 그림 <위임된 의회>는 987만 9,500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60억 원에 팔렸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 파리 지베르니에 있는 정원과 일본식 다리를 묘사한 모네의 작품을 현대사회의 불법 쓰레기 투기 현장으로 탈바꿈시킨 작품 <쇼 미 더 모네>는 755만 1,600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21억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난민과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자본가 계급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로 유명한 그의 작품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는 뱅크시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아트 오브 뱅크시 THE ART OF BANKSY, WITHOUT LIMITS)>입니다. 이 전시는 2021년 8월 20일(금)에 문을 열어 내년 2022년 2월 6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주최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전시는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베를린,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총 11개국 월드투어를 마치고 서울에 상륙한다'라고 하는데요. 매우 권위 있는 전시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짝퉁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원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뱅크시에게 저작권 허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뱅크시는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페스트 컨트롤'이라는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언론이 뱅크시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페스트 컨트롤을 거쳐야 하며, 사람들이 뱅크시의 작품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 이곳에 문의하곤 하죠. 또한 페스트 컨트롤은 뱅크시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죠. 사실상 뱅크시의 '입'이 되는 공식 홈페이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페스트 컨트롤의 홈페이지에 보면 '현재 어떤 전시도 뱅크시와는 관계없다'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전시는 '진짜 뱅크시 전시회와 거리가 멀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전시는 형편없을 수 있으니 우리에게 환불 요구를 하지 말라'라고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다만 뱅크시는 신원이 확실하지 않고, 이에 저작권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뱅크시 전시회 측에서도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 작가에게 허락을 득할 수 있는 방법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최측에는 홍보자료를 통해 '오마주 전시'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여기서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을 의미하는 단어로 타 작품의 핵심 요소나 표현 방식을 흉내 내거나 인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짝퉁 전시'라는 것을 일부 인정하는 표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전시물도 원작보다는 이미지를 가져와 다른 형태로 재현하거나 복제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뱅크시의 작품은 캔버스에 그려져 액자에 넣어진 것 보다 거리에 그려진 그라피티 위주인데요. 이에 원작은 사실상 전시회장으로 가져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이 작품이 복제나 재현품인지 여부가 제대로 고지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현재 논란의 이 전시회은 갤러리아포레 G층에 위치하고 있는 더서울라이티움 제1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으며 일반 티켓 20,000원, 어린이 티켓 16,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이 없기에 허락을 받을 수 없다는 전시회 측의 주장, 그리고 이를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동시에 존재하는 뱅크시의 전시. 과연 이 논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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