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진품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가짜 의혹 받은 폴 고갱의 작품 논란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을 아시나요? 폴 고갱은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인데요. 문명세계에 대한 혐오감으로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으로 떠났고, 이곳에서 열대의 밝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원주민의 건강한 인간성을 그린 인물입니다. 지난 2015년 폴 고갱의 작품 중 하나는 3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200억 원에 팔리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 화가입니다.

폴 고갱의 작품은 오르세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바로 영국 런던에 위치하고 있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인데요. 얼마 전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고갱의 그림 한 점이 '가짜'라는 주장이 미술계를 강타하며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논란의 작품은 고갱의 '타히티 사람들(Tahitians)'입니다. 이 작품은 미완의 상태로 있는 그림인데요. 그림의 왼쪽에는 타히티 소년이 있고, 야자수와 산이 있는 풍경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세 명의 여성이 오두막 안에 있습니다. 왼쪽 부분은 유화로 그려져 있는 반면 오른쪽 여성들은 차콜로 스케치만 되어 있는 상태인데요. 이 세 명의 여성 중 한 명은 파란색 크레용으로 더욱 진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폴 고갱의 작업 방식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폴 고갱이 차콜을 사용해 스케치를 하고, 윤곽선을 더욱 뚜렷하게 그린 뒤 유화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가짜로 의심받으며 폴 고갱의 그림 기법 또한 미궁으로 빠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어떻게 가짜라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일까요? 바로 뉴욕에 위치하고 있는 빌덴슈타인 플래트너 인스티튜트(Wildenstein Plattner Institute, WPI)가 발행하는 카탈로그 레존네 최신 버전에서 이 작품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WPI는 미술사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비영리 재단으로 특히 미국의 팝아트 화가 톰 웨슬만, 그리고 고갱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입니다. 카탈로그 레존네는 '검토한 작품을 모은 도록'이라는 뜻으로 작가가 평생 제작한 모든 작품과 함께 소장, 전시 이력 등의 기록을 수록한 자료인데요. 통상 작가당 하나의 카탈로그 레존네를 발행하는 만큼 신중하게 제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카탈로그 레존네는 작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때 빠지지 않는 자료인데요. 존재 자체로 작품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고 있죠. 즉, 이 작품은 카탈로그 레존네에서 빠졌기에, 진위 의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 작품이 카탈로그 레존네에서 빠진 것은 소리 소문 없이 이뤄졌습니다. WPI 측에서는 어떠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고갱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파브리스 푸르마누아르(Fabrice Fourmanoir)가 이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카탈로그 레존네에서 빠진 이유는 아직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그림을 카탈로그에서 제외한 사람은 두 명의 WPI 위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이 그림의 최초 소유자는 파리의 드뤼에 갤러리였습니다. 이후 이 그림은 1910년 영국의 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인 로저 프라이(Roger Fry)가 사들였습니다. 로저 프라이는 30파운드에 이 그림을 샀다고 하는데요. 이후 로저 프라이는 '현대미술협회'를 세우는데 공헌했고, 이곳의 위원회로 활동했으며, 이 그림을 같은 가격으로 협회에 팔았습니다. 1917년 현대미술협회에서는 테이트 모던의 전신인 '내셔널 갤러리 밀뱅크'에 그림을 선물했습니다. 이후 이 그림은 고갱이 그린 진품으로 인정받아왔습니다. 2010년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고갱 특별 전시회에도 이 그림이 포함되었죠. 

파브리스 푸르마누아르는 이 작품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에는 카탈로그 레존네에서 빠진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는 고갱의 그림은 '원시적인 구성'을 하고 있지만 이 그림은 '전형적인 식민지 구성'이라는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였죠. 오른쪽에 그려진 여성들의 포즈, 옷 등이 유럽의 관습에 의해 '부패된' 타히티인들을 보여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푸르마누아르는 이 그림은 고갱이 그린 것이 아니라 '샤를 알프레드 르 모인(Charles Alfred Le Moine)'이라는 인물이 그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푸르마누아르는 르 모인의 작품을 15점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그림에 나타나는 특징들이 르 모인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과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테이트 모던에서는 이 그림이 1981년 고갱이 타히티에 처음 갔을 때 그린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그림에 대한 것을 처음부터 연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지금까지 100년 정도 '진짜 고갱'의 작품이라고 믿어왔던 이 그림. 과연 이 그림은 가짜로 밝혀질까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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