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자유?' 유명 건축물에 "별로예요" 글 썼다가 3,400만원 벌금 낸 블로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건축가, 고(故) 자하 하디드(Zaha Hadid)를 아시나요? 2004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으며, 세계 곳곳의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를 도맡아 독창적인 설계를 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자하 하디드는 베이징에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을 하나 지었습니다. 바로 '왕징 소호'라고 불리는 사무, 상업용 빌딩입니다. 산봉우리 세 개가 모여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이 건물은 2014년 완공되어 지금까지도 베이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 특유의 곡선과 은색 외관이 베이징 시민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시선도 끌고 있습니다.

중국 파워불로거라 불리는 '왕홍'

이 건물에 대한 논란은 작년 말에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해 11월 중국의 한  블로거는 <베이징의 왕징 소호 풍수 때문에 망한 인터넷 기업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된 이후였습니다. '선군쥐'라는 이름을 가진 이 블로거는 왕징 소호의 자리와 주변 도로의 모습을 설명하며 이곳이 '풍수적으로 기피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Sohu

또한 이 블로거는 왕징 소호를 '돼지 콩팥'에 비유하는 이미지를 만들었으며 '돼지 콩팥'은 중국어로 심각한 모욕이라고 합니다. 왕징 소호는 회사들의 '워털루'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몇몇 입주 기업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당장 건물에서 빠져나가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글은 1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이 주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까지 더해져 중국 SNS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소문이 확산되면서 건물주는 당연히 이 소문에 반박했습니다. 왕징 소호를 소유한 그룹 '소호 차이나'의 회장은 '왕징 소호가 너무 인기가 많다보니 누군가가 이를 모함'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과학과 이성이 봉건 미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곳에 입주한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되거나 파산하면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습니다. 결국 소호차이나 측에서는 이 소문을 잡기 위해 이 블로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중국의 많은 네티즌들은 소호차이나가 소송을 걸었다는 사실을 비판했지만 소호차이나 측에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중국의 현재 분위기를 보아할 때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베이징 차오양 법원은 소호차이나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악의적 모함'과 '모욕적 언어'로 사업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선군쥐가 소호차이나에 사과하고, 20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3400만 원을 물어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온라인 검열에 대한 방향을 잘 보여주는 판결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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