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서더 한 명 없어도 사람들 줄 서는 '에르메스'의 패션쇼가 주목받은 이유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밀라노를 지나 파리 패션 위크까지 막을 내렸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다시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것인데요. 이에 패션계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올해 패션 위크를 준비했습니다. 많은 브랜드에서는 스타들을 초청해 프론트로우에 좌석을 제공했고, 이들은 해당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며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죠. 우리나라에서는 블랙핑크 멤버들이 파리로 출국했는데요 지수는 디올, 제니는 샤넬, 로제는 생로랑의 패션쇼에 참석하며 해당 브랜드들은 언론과 SNS의 관심을 더욱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앰버서더(홍보대사) 한 명 없이 조용히 패션쇼를 진행한 한 디자이너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 브랜드는 파리를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곳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패션쇼가 열린 장소 또한 특별했는데요. 과연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쇼를 선보였을까요?

해당 브랜드는 에르메스입니다. 에르메스는 프랑스의 가족 경영 럭셔리 브랜드인데요. 버킨백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에르메스는 파리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약 11km 떨어진 '르부르제 공항'에서 2022 S/S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르부르제 공항은 1919년 개항한 파리의 역사적인 공항인데요. 이후 1932년에 지어진 오를리 공항, 1974년에 지어진 샤를 드 골 공항으로 그 역할이 이관되었지만 현재는 개인 전용기가 이착륙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극소수의 부유층만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에르메스와 꼭 닮아 있는데요. 이에 많은 사람들은 에르메스가 전략적으로 패션쇼 공간을 잘 선택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나데쥬 바니-시뷸스키(Nadège Vanhee-Cybulski)는 공항 중에서도 격납고를 패션쇼의 장소로 선택했는데요. 이곳에 마치 노을과 같은 색조의 배경을 설치하고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컬렉션은 럭셔리하지만 실용성과 편안함을 강조하며 여기에 관능적인 분위기를 섞어 에르메스 특유의 편안한 고급스러움을 선보였습니다. 색상은 뉴트럴 컬러와 얼씨(earthy) 컬러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이는 패션쇼장의 배경과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패션쇼의 백미는 바로 파이널 스테이지에 있었습니다. 패션쇼의 배경이 되었던 오렌지 컬러의 천막이 옆으로 열리며 활주로가 드러난 것입니다. 때마침 활주로에는 비행기가 착륙했는데요. 모델들의 뒤로 비행기가 내려오며 독특한 배경이 되어준 것입니다.

나데쥬는 패션쇼의 색상을 통해서, 그리고 공항의 탁 트인 전경을 통해 낙관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인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투영해 긍정적인 희망을 주는 패션쇼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앰버서더 한 명 없이도 브랜드 명성만으로, 그리고 알차게 꾸며진 패션쇼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에르메스의 전략이 더욱 빛나는 파리 패션위크가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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