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릴만한 소식입니다. 바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릴 경기장이 최초로 개장한 것입니다. 2019년 5월 16일 알 와크라 스타디움에서는 '카타르 아미르 컵'의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축구팬들에게는 유명 축구 선수 '사비'가 현역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이 큰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그러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경기장의 완공 모습이 더욱 궁금했을 것 같습니다.
* 카타르 아미르 컵 : 카타르 1부와 2부, 총 16개 클럽이 참가하는 대회이며, 우승 클럽에게는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짐.
사실 이 스타디움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이자, 우리나라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건축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 설계는 왜 논란에 휩싸였을까요?
바로 이 경기장의 모양 때문입니다. 이 경기장의 지붕은 완전히 접을 수 있는 형태로 고안되었는데, 이 모양이 마치 여성의 특정 부위를 연상시킨다며 건축계, 여성 단체,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자하 하디드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디자인을 한 것일까요?
그녀는 이것이 여성 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아랍의 '다우(Dhaw)'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우는 아랍지역의 전통적인 배로써 모터 없이 바람을 이용해 동력을 얻는 이동 수단입니다. 다우는 이 지역의 전통적인 산업의 상징이며 자하 하디드는 이것을 스타디움에 구현한 것이죠. 자하 하디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발은 더욱 거세졌으며 이 디자인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자하 하디드는 인터뷰를 통해 심한 욕설을 쓰며 매우 분노했습니다. 또한 설계를 변경한다면 발주처를 고소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게 됩니다. 결국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대로 이 스타디움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라크 출신인 자하 하디드가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차별'을 꼬집기 위해 일부러 이런 디자인을 내놓았다는 설도 돌았죠. 그만큼 이 스타디움의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지대했습니다.
이 스타디움은 카타르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지역 중의 한곳에 지어졌습니다. 즉, 2022년 월드컵이 열린다면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축구를 보는 것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각국의 서포터들은 해안가를 산책할 수도, 독특한 지역 특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지역의 박물관에 들러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스타디움 자체의 기술도 화제입니다. 이 스타디움의 지붕은 완전히 열렸다 닫혔다 할 수 있어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1년 내내 이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관중석은 18도까지, 필드는 20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관중과 선수 모두가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또한 내부에는 기둥이 없어 어느 자리에서든 시각적 방해물이 없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4만 석 규모의 이 스타디움은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2만 석 규모로 바뀐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2만 석의 좌석은 해외의 다른 스포츠 경기 프로젝트에 기부된다고 하네요. 좌석을 모듈 시스템으로 만들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이곳은 월드컵 이후 카타르 1부의 구단인 '알 와크라'의 홈구장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총 7천억 원 정도의 어마어마한 오일머니가 투입된 이곳,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스포츠팬들과 건축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들 모두 가보고 싶어하는 곳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