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소개하는 디자인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주최한 공모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당선작이 아님을 밝힙니다.
덕수궁 옆, 서울 시청 맞은편에 새롭게 생긴 건물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유리와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들어진 높지 않은 건물인데요. 묘하게 안정감을 주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이곳은 올해 초 개관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입니다. 이곳은 원래 영친왕의 생모 귀비 엄씨의 사당이었던 덕안궁 터였으나, 이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은 건물이 들어서 있던 곳입니다. 청사는 4층 규모로 덕수궁을 압도하는 높이로 되어 있던 곳이죠. 이후 이곳은 국세청 별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국세청 별관을 철거하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세운 것인데요. 일제에 훼손된 덕수궁의 정기를 회복하기 위해 건물을 위로 높이지 않고, 지하를 활용하여 서울시청 시민청, 그리고 지하철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만들었습니다. 또한 덕수궁의 담장과 눈높이를 같이해 주변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가리거나 억압하지 않도록 지어졌죠.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는데요. 바로 지상층에 있는 '서울 마루'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버스킹, 토크 콘서트, 전시, 캘리그래피 등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죠.
최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이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디자인 공모를 진행했는데요. 외국의 한 건축사무소가 제안한 한 디자인이 화제입니다.
모스크바를 기반으로 하는 건축사무소 SKNYPL에서는 얼마 전 New Korean Garden이라는 디자인을 공개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공기나 가스로 부풀릴 수 있는 조약돌 모양의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SKNYPL에서는 단순함과 자연이 한국의 전통적인 정원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정원 내에 있는 바위의 배치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죠. 이런 한국 정원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이런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디자인의 색상과 형태를 보면 나무, 돌, 언덕 등 자연을 떠오르며, 이것은 한국 정원에서 중요시 여기는 '조화'를 만들어낸다고 하네요.
이 형태로 인해 그늘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쉴 수 있으며, 책을 읽을 수도, 누워서 도시 전경을 바라볼 수도, 아이들과 함께 놀 수도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디자인을 구성하는 소재는 ETFE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불소를 기반으로 하는 플라스틱이며,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공기로 채워지는 것이죠.
이 디자인의 또 다른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이곳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하다는 것입니다. SKNYPL 측에서도 이 디자인의 'Instagramility'를 소개했는데요. 이곳을 기억하고 이곳에서 받은 인상을 공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목표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데요. 먼저 아무리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지만 플라스틱 비닐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이 디자인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전기가 소비될 것이며, 이것이 사용되지 않을 때 보관할 수는 있는지, 혹은 이것을 씻을 수는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단지 일회성 디자인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을 한 것이죠.
물론 이 디자인은 하나의 제안일 뿐이고, 이 서울 누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공간 활용에 대한 서울시의 선택이 매우 궁금해지네요.
* 위 디자인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주최한 공모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당선작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