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패션계도 마찬가지인 것일까요? 세계 최정상의 패션 브랜드, 구찌(Gucci)도 그런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다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구찌는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신선한 감각으로 대부분은 호평을 받은 가운데 논란이 된 패션 아이템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모델들의 발목에 착용되어 있던 액세서리였습니다.
가죽으로 된 발찌에 금색 총알이 붙어있는 것 같이 생긴 이 아이템은 사실 립스틱 홀더인데요. 구찌 뷰티(Gucci Beauty)에서 나오는 립스틱을 립스틱 홀더에 꽂아놓은 것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내 이 아이템이 마치 '전자 발찌'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범죄자의 상징을 패션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이 부적절하다고도 했죠. 그리고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내놓은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논란을 낳고 있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을 일부러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사실 구찌는 최근 계속해서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구찌에서는 지난 2월 890달러짜리 검은색 터틀넥을 출시했는데요. 터틀넥의 목 부분이 눈 아래까지 올라오는 옷이었습니다. 문제는 입술 부분이었는데요. 이 부분이 뚫려있으며 빨간색으로 입 주변이 칠해져 있습니다. 이는 '블랙 페이스(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흉내를 내는 흑인 희화 또는 비하 행위)'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는데요. 많은 흑인 셀럽 및 디자이너들이 구찌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보이콧을 선언하자 구찌는 사과 성명을 내고 제품을 회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석 달 후 또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약 110만 원 가량의 모자 디자인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모자는 전 세계의 시크교도들이 쓰는 터번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것이죠. 당시 시크교도 연합회는 '터번은 단지 패션 액세서리가 아니라 성스럽고 종교적인 신앙 물품'이라며 구찌를 비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7월 말 구찌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바로 '다양성'에 대해 검토하기 위해 책임자를 영입한 것이죠. 구찌에서 영입한 사람은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다양성 및 포용성 담당 책임자였던 레네 티라도였습니다. 그러나 구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모델들이 '구속복'을 입고 멍한 표정으로 런웨이를 걸은 것입니다. 구속복은 정신질환자 등 난폭한 사람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진정시키기 위해 입는 옷입니다. 이날 패션쇼에 선 모델 아이샤 탄 존스는 자신의 손바닥에 '정신 건강은 패션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펼쳐 보였으며 패션쇼가 끝난 후 '많은 이들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구찌는 무감각하며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쓰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