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이나 왕족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그 나라의 문화나 관습을 공부하는 것은 물론 선물, 일정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요. 패션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보통 타국을 방문할 때 그 나라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표시로 그 지역 출신의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거나, 그 지역의 전통 의상 등을 착용합니다. 이를 '패션 외교'라고 부르며 영부인이나 여성들이 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은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직접 온라인으로 구매해 입고 공식 행사에 나서기도 했죠.
얼마 전 또 하나의 패션 외교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바로 영국 왕실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입은 의상들입니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지난 14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파키스탄-영국 간의 외교 관계 강화를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했습니다. 여러 일정을 소화한 케이트 미들턴은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는데요. 파키스탄의 전통 의상, 그리고 파키스탄 출신의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을 적절히 선보여 극찬을 받았습니다. 물론 케이트 미들턴의 우아한 외모와 탁월한 패션 소화력이 한몫 했겠죠.
먼저 파키스탄에 도착했을 때 착용한 옷입니다. 긴 드레스에 같은 색상의 바지를 입었는데요. 이 의상은 파키스탄의 전통 복장 살와르 카미즈(Salwar Kameez)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옷이라고 합니다. 살와르는 밑에 입는 통이 넓은 바지이고 위의 긴 옷을 카미즈라고 부르는데요. 파키스탄, 인도 등의 나라에서 입는 전통 복장입니다. 물론 진짜 살와즈처럼 바지가 통이 넓진 않습니다.
케이트 미들턴이 들고 있는 클러치 또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클러치는 파키스탄 로컬 브랜드 진(Zeen)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5일에는 쨍한 파란색의 의상을 입었는데요. 이 의상 또한 살와르 카미즈를 연상시키네요. 이 의상은 파키스탄 출신의 디자이너 마힌 칸이 제작한 실크 의상입니다. 이날 또한 진에서 제작한 귀걸이를 착용했네요.
15일 밤, 그는 또 한 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눈부신 제니 팩햄 드레스를 착용했죠. 이날 또한 파키스탄의 두파타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그의 남편 윌리엄 왕세손이었는데요. 파키스탄 디자이너가 제작한 전통 셰르와니를 착용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왕실의 남성이 파키스탄의 전통 복장을 입은 것은 윌리엄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다음 날 이들은 힌두쿠시산맥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방문 기념으로 취트랄리라는 모자를 선물 받았는데요. 즐거운 표정으로 함께 착용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1991년 이곳을 방문했던 고 다이애나비도 비슷한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죠. 그들은 지역 주민들이 선물한 형형색색의 스카프를 둘러 취트랄리룩을 완성했습니다.
17일에는 좀 더 세련되고 절제된 살와르 카미즈를 입고 크리켓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이 의상 또한 파키스탄의 의류 브랜드 굴 아메드(Gul Ahmed)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이후 청록색 머리 수건을 쓰고 영화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와 같은 자태를 뽐내기도 했습니다.
케이트 미들턴은 이번 파키스탄 투어를 통해 패션 외교의 절정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패션이 또 하나의 외교 수단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 예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