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덕수궁에 가면 '시간여행자'가 될 수 있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궁궐. 그러나 구한말 역사의 현장이었으며, 전통 목조 건축과 서양식 건축이 함께 남아있는 곳. 바로 덕수궁입니다. 다른 고궁과는 달리 저녁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해 서울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약 100년 전, 이곳에서는 3.1. 운동의 기폭제가 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고종의 죽음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사인은 뇌졸중이었으나, 이를 믿는 시민은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고종의 독살설이 퍼졌으며 이 소문이 백성들의 가슴에 불을 붙인 것이죠. 

고종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는데요. 운구가 함녕전의 정문인 '광명문'을 나서며 비로소 국장 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광명문'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의 이전 명령으로 덕수궁 남서쪽 구석으로 옮겨져야만 했죠. 우리의 아픈 역사가 서려있는 문입니다.

고종의 국장 당시 광명문의 모습 / 문화재청

그러나 몇 년 간의 노력 끝에 이 광명문이 올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입니다. 목조 건축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해체 후 원래 자리에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죠. 이제야 비로소 함녕전의 대문이 된 것입니다.

얼마 전부터 광명문에서는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사연일까요?

2019년은 3.1 운동과 고종 황제 서거의 10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덕수궁에서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기억된 미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9월 5일부터 진행되었는데요. 광명문의 '시간 여행'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하네요.

디자인 회사 스페이스 파퓰러(Space Popular)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명문의 가운데 미디어 아트를 설치했습니다. 이 미디어 아트의 제목은 바로 <밝은 빛들의 문 Gate of Bright Lights>입니다. 빛 광光, 밝을 명明, 문 문門을 사용하는 '광명문'을 풀어쓴 이름입니다.

이 비디오 설치 작품에서는 옛날 이 문 사이로 보였을 법한 광경들, 여러 가지 단청의 모양 등 옛 것에서부터, 마치 명품 매장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미래적인 이미지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만 같네요.

스페이스 파퓰러 측에서는 '옛날에는 광명문이 황실과 연결되는 통로였다면, 지금은 누구나 SNS와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황실'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하며, '이를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죠.

그리고 '오늘날 한국은 SNS와 같은 매체를 이용하는데 핵심적인 디바이스인 컴퓨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곳에 설치된 디스플레이가 이 이 모든 것의 상징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보고 있으면 묘하게 빠져들어가는 영상인 것 같네요.

한편 이 설치물은 내년 4월 5일까지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덕수궁에 가신다면 다시 제자리를 찾은 광명문을 찾아보고, 이 앞에서 시간 여행을 한 번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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