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티, 고기덮밥까지?' 대만의 새로운 여권 디자인이 주목 받는 이유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자국의 국기 대신 매화 테두리 안에 태양과 올림픽 오륜이 들어있는 깃발을 들고 입장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만입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이 '나라'가 아닌 '지역'일 뿐인데요. 이에 많은 대만인들은 반발하며 오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올해 1월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현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며 중국과 거리 두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에 여러 방면에서 '중국색 빼기'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여권과 항공사의 이름에서 'China'라는 단어를 빼는 것입니다. 

현재 대만 여권의 표지에는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와 '대만(TAIWAN)'이라는 단어가 함께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중화민국이라는 단어가 눈에 더 잘 띄는 상단에 있기에 대만 사람들은 중국 본토 사람으로 오인을 받아 곤경에 처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죠. 이에 지난 2015년부터 대만인 천즈하오의 주도 하에 여권 표지에 '대만국'이라고 표기된 스티커를 부착하는 민간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에 의해 제지되었고, 해당 스티커를 붙일 시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지의 입국이 불가하게 되어 이후 대만 출입국 관리소에서는 해당 스티커 부착을 금지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에 차이잉원 정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섰습니다. 여권의 표지에 '중화민국'이 아닌 '대만'만 적어두는 '이름 바로잡기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곧 대만의 여권은 리뉴얼을 거쳐 '대만'이라는 단어만 표지에 남게 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출시된다고 하네요.

현재 여권 디자인 예비 후보는 공모전을 통해 수백 개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만 정치대학의 대만문학 교수인 천팡밍 외 5명의 심사위원에 의해 127개의 결선작이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이 결선작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지는데요. '국제표준' 그룹과 '창의' 그룹입니다. 결선작의 디자인에는 대만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만을 상징하는 건물 타이베이101, 대만의 영토를 나타내는 그림, 대만 총통의 공식 관저인 대만 총통부, 대만의 소울 푸드인 돼지고기 덮밥, 버블티, 그리고 대만 흑곰, 대만 시카 사슴 등의 동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선작의 선택은 디자인 철학, 미학, 혁신, 대만 사회의 반영,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다섯가지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데요. 현재(8월 29일 기준) 대만의 지도를 나비의 날개로 교묘히 만들어버린 디자인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만의 섬을 상징하는 여러 색상의 점을 사용해 대만 영토를 표현한 디자인이 2위, 그리고 대만의 산을 강조하는 지도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1위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새의 머리 위에 버블티를 올려놓은 디자인에 투표해달라고 읍소하고 있으며, 어떤 네티즌들은 고양이가 그려진 여권 표지에 투표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네요.

이 투표는 8월 30일에 종료되며, 9월에 투표 결과가 발표된다고 합니다. 또한 이 여권 디자인들은 9월 3일부터 7일까지 타이베이 올림푸스 플라자에서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대만의 여권이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지는데요. 이에 대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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