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 가운데 있는 '프라다 매장'의 정체는?

명품 매장은 보통 고급 백화점이나 명품 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프라다의 한 매장은 미국 텍사스주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 매장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127명 밖에 살고 있지 않은 텍사스 주의 마을 발렌타인(Valentine)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프라다 매장의 이야기입니다. 이곳에는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고속도로가 있고 민가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요. 도로변에는 프라다 매장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외관은 뉴욕의 5번가나 샹젤리제에 위치한 프라다 매장과 똑같이 생겼네요.

이렇게 사람이 없는 이 매장이 장사가 될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매장은 실제로 운영을 하는 매장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 출신의 예술가 잉가르 드라그세트(Ingar Dragset) 그리고 덴마크 출신의 예술가 미카엘 엘름그린(Michael Elmgreen)이 만든 것인데요. 프라다 마파(Prada Marf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역사는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아티스트 듀오는 2005년 10월 1일 이 작품을 공식적으로 공개합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풍자했는데요. 프라다 등 명품 매장이 들어서며 동네의 원래 주민들은 오히려 동네를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너무나 빨리 바뀌는 트렌드와 이로 인한 환경 오염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아티스트 듀오는 작품을 만들 때 생화학적으로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소재를 이용했고, 사람의 개입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소멸되고 황폐화되는 과정을 그리며 작품을 만들었죠.

물론 작품이고, 어떻게 보면 명품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작품이지만 프라다 측에서는 기꺼이 작품이 '프라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이에 나아가 작품 안에 전시할 제품들 또한 2005년 신상으로 제공했죠. 2005년 이 작품이 공개될 당시 큰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유명세의 부작용이었던 것일까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 매장은 그라피티로 훼손되고, 유리창은 깨졌으며 안에 있던 명품 가방과 신발은 털리고 말았습니다. 이때 없어진 프라다 가방과 구두는 무려 8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500만 원어치였다고 합니다.

작품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원했던 아티스트 듀오는 다시 이 작품의 재건에 나섰습니다. 가방은 훔쳐 가지 못하도록 도난 방지 GPS 추적기가 달렸고, 가방의 바닥은 뜯어냈습니다. 또한 강화 유리를 사용하고, 그라피티도 싹 지워버렸죠. 그리고 10년 동안 소소한 낙서를 제외하고는 별 일이 없이 작품으로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2013년에는 이 작품이 '허가받지 않은 광고물'로 여겨지며 당국에 의해 철거될 위기를 겪기도 했는데요. 아티스트 듀오는 프라다의 의뢰 없이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미술품으로 인정 받아 철거 위기를 면했다고 하네요. 지난 2014년에는 팝스타 비욘세도 이곳을 방문해 인증샷 촬영을 하며 유명해졌죠.

현재 이 매장은 작품이 만들어진 의도대로 황폐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작품 내부는 거미줄과 먼지로 가득 찼고, 쥐와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다고 하네요.

50년 뒤 이 작품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탈맥락화'를 통해 사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아티스트 듀오의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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