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반려인들 때문에 기내에서 영영 사라졌다는 이 정책은?

정서적 지원 동물(Emotional Support Animal, ESA)라는 제도를 들어보셨나요? 시각이나 청각 등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을 돕는 안내견(혹은 서비스 동물)과는 별도로 우울증, 사회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서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동물입니다.

정서적 지원 동물은 따로 훈련을 받지 않으며, 존재 자체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서비스 동물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반려동물이 '정서적 지원 동물'로 인정되면 대중교통, 식당, 공원 등 대부분의 장소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행기를 탈 때도 기내에 함께 탈 수 있었죠.

그러나 정서적 지원 동물의 기내 탑승은 꽤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서적 지원 동물들은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정서적 지원 동물의 자격으로 탑승한 반려견이 승무원을 물었고, 승무원은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섯 바늘을 꿰맨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2018년에도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한 비행기에서는 6세의 여자아이가 먼저 탑승해있던 ESA 반려견에게 이마를 물린 적이 있었는데요. 개의 주인은 여자아이에게 개 쪽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으나, 여자아이의 가족들은 훈련되지 않은 동물을 좁은 기내에 데리고 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선 적도 있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탑승객들은 원숭이, 캥거루, 심지어 공작새까지 정서 안정을 이유로 기내에 동반하며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서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이 비행기의 화물칸에 탑승하는 것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ESA 서류를 꾸며 ESA로 등록시킨 후 기내에 탑승하는 것이었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악용한 것을 하나의 꿀팁처럼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버젓이 적어놓은 네티즌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서적 지원 동물이 탑승하는 것은 무료이기에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한 것이었죠.

이에 항공사와 승무원 측에서는 ESA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해 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미국 연방교통부에서는 ESA 제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개를 제외한 토끼, 고양이, 새, 돼지 등은 더 이상 기내에 함께 동반 탑승할 수 없습니다. 바로 정서적 지원 동물의 정의를 개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훈련이 되지 않은 개 또한 탑승을 금지 시켰습니다. 즉 더 이상 정서적 지원 동물은 기내에 탑승할 수 없고, 서비스 동물 중에서도 개만 기내에 탑승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한편 정신질환 도우미견은 서비스 동물로 간주해 기내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를 위해 항공사에서는 서비스견의 건강, 행동, 그리고 훈련을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들려오자 정서적 지원 동물 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제도라는 것이죠. 그러나 항공 업계에서는 ESA 제도의 재정비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정서적 지원 동물'의 기내 탑승 논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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