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잡지 보그(VOGUE), 그리고 일 년에 네 번 열리는 주요 패션 위크는 패션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패션계의 교황'이라고 불리며 4대 패션 위크의 순서가 바뀌고, 안나 윈투어가 도착하지 않으면 패션쇼는 시작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그만큼 패션계에서는 영향력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4대 패션 위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간 각종 미디어와 바이어들에게 다음 신상을 선보이고, 유행을 선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죠.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배우 릴리 콜린스가 연기한 에밀리는 파리에 있는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SNS 스타인데요. 극 중 패션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니만큼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에서 스타일링을 맡았던 의상 디자이너 패트리샤 필드가 의상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패션 서치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에밀리가 착용했던 의상 및 액세서리는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몇 주간 200%의 검색량 증가로 이어졌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또한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드라마는 체스 챔피언 베스 하먼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데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이기에 멋진 레트로 패션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베스 하먼의 연승이 길어질수록 베스 하먼이 입는 의상의 헴라인도 점점 높아졌죠. 이에 짧은 치마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헴라인 : 드레스나 치마의 단 끝 길이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영국 왕실을 그리고 있는 <더 크라운>도 패션계에서 큰 영향력으로 떠올랐습니다. <더 크라운> 속 패션은 고증을 거쳐 만든 것이 대부분인데요. 특히 고 다이애나비의 패션이 큰 화제가 되고 있죠. 다이애나비 역을 맡은 배우는 엠마 코린인데요. 다이애나비의 성장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깅엄 트라우저와 라즈베리 색상의 니트를 입고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여성에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손을 흔드는 여인의 모습으로 변신한 다이애나비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패션계 또한 다이애나비 열푸엥 동참했습니다. 다이애나비가 80년대에 입었던 '검은 양' 디자인 니트는 40년 만에 다시 부활했는데요. 40년 전에 이 니트를 만든 브랜드 웜앤원더풀(Warm&Wonderful) 그리고 미국 브랜드 로잉 블레이저는 협업해 검은양 니트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니트는 출시되자마자 품절되었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의류 소매 시장이 침채되었는데요. 이에 넷플릭스 드라마에 등장하는 패션 트렌드와 네티즌들의 관심은 많은 패션 업계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시류에 편승해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지난달 독특한 방식으로 컬렉션을 소개했습니다. 바로 7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들어 유튜브로 공개한 것이었죠. 이 미니시리즈는 영화 <굿 윌 헌팅>으로 잘 알려진 감독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가 연출했으며, 신선한 시도로 패션계와 네티즌들 모두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네요.
물론 아직까지 패션계에서 이런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향은 주류가 아닙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패션 브랜드 사이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