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중국 패션계에서 엄청난 자본이 몰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여성 속옷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입니다. 몇몇 속옷 브랜드는 지난 몇 년 큰 성장을 이뤘는데요. 데이터 기업 아이미디어(iMedi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속옷 스타트업 기업에 3억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860억 원 정도의 성장 자본이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2019년에서 2020년까지 총 12개 이상의 새로운 속옷 브랜드들이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수백만 달러, 심지어는 수억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중국에서 신생 속옷 브랜드들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 신생 속옷 브랜드들는 대부분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겨냥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자라며 ‘곡선을 만들어내는’ 속옷에 좌절감을 느꼈고, 이에 더 편안하고, 실용적인 속옷을 추구했기에 이런 트렌드에 맞춘 속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신생 속옷 브랜드가 성장하며 전통적으로 속옷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브랜드들은 조금씩 쇠퇴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빅토리아 시크릿’이라고 불렸던 속옷 브랜드 어반레이디는 몰락이었습니다. 어반레이디는 가슴을 더 커보이게 만드는 푸시업 브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인데요. 브랜딩을 새롭게 점검하고, 경영에 있어 변화를 줬지만 이 브랜드의 섹시 스타일은 중국 밀레니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대신 중국에서는 ‘원 사이즈’로 유명한 속옷 브랜드 ‘유브라스’ 등의 브랜드가 뜨고 있습니다. 유브라스는 생긴지 2년 만에 유니클로의 속옷 판매량을 제쳤으며 2020년 광군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속옷 브랜드가 되었죠. ‘바나나인’이라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2016년 선전에 위치한 한 테크 기업이 만든 것인데요. 중성적인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티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 5위 안에 안착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란제리 시장은 6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7조 3천억 원 정도의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 시장이 변화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컨설팅업체 CBN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와이어가 없는 브라의 매출은 매년 50%씩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주로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소비자들의 덕분입니다. 2020년까지 중국 란제리 소비자의 76.6%가 전통적인 푸시업 모델보다 와이어가 없는 브라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죠. 현재 중국의 젊은 여성들의 생활 방식은 거의 입지 않은 것처럼 편안한 브래지어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이런 편안한 속옷 이외에 중국에서 앞으로 유명한 분야는 바로 ‘다양한 사이즈’가 있는 속옷입니다. 현재 중국은 서양과는 달리 포용성이나 다양성을 촉진하는 란제리 브랜드가 드물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에도 다양한 체형이 있고, 가슴의 크기도 모양도 다르기에 이런 수요를 잘 파악한다면 중국 란제리 시장을 점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 내 페미니즘 열풍과 더불어 편안한 속옷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편안함과 자유를 더 중시하는 여성들이 많아진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