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소행?' 교도소 담벼락에 탈옥 그림 그린 진짜 이유는?

전 세계를 다니며 사회 비판적인 벽화를 그립니다. 그의 행동은 불법이죠. 그러나 일단 벽화가 그려졌다 하면 이 벽화는 아크릴판으로 덮일 만큼 소중하게 다뤄집니다. 주택의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지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하죠. 이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Banksy)입니다.

뱅크시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회 전반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벽화를 남기곤 하는데요. 최근에는 코로나와 관련된 벽화를 그리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뱅크시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또 하나 공개되었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그림일까요?

이 그림은 영국 버크셔의 레딩 지방에 있는 레딩 감옥의 벽에 그려졌습니다. 이 감옥은 1844년 지어진 후 2014년 1월 문을 닫았는데요. 2015년 지방 당국에서는 이 감옥의 부지를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이 지역의 주민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레딩 감옥의 재개발을 반대해왔습니다. 이들이 재개발을 반대한 이유는 바로 이 감옥이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실제로 이 감옥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수감되었던 곳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내와의 사이에 자녀도 두 명 있었지만 양성애자이기도 했는데요. 이에 공공연하게 동성연애를 즐겼고, 귀족의 아들과 앨프리드 더글러스와 연인 관계를 이어가자 앨프리드의 아버지가 오스카 와일드를 고발해 감옥살이를 하게 된 것이었죠. 이 시기에는 동성애만으로도 처벌을 받았기에 2년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레딩 감옥에 갇혔고 출소 후 그 유명한 '레딩 감옥의 노래'라는 시가 나왔던 것입니다. '레딩 감옥의 노래'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정체성이 담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에 지역 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영국 전역의 성소수자 단체에서는 레딩 감옥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온 것이죠.

그리고 뱅크시가 그린 것을 추정되는 그림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림은 한 남자가 줄을 타고 레딩 감옥을 탈출하는 것 같은 모양인데요. 줄의 끝에는 타자기가 매달려 있어 이 남성이 오스카 와일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뱅크시가 레딩 감옥의 재개발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 그림을 그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사람들 몰래 그림을 그린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banksy)을 통해 자신이 이 그림을 그린 것을 인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레딩 감옥의 그림은 아직 뱅크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이 그림은 뱅크시의 그림 스타일과 유사하기에 뱅크시가 곧 이 그림에 대한 인증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은 진짜 뱅크시가 그린 것이 맞을까요? 만약 맞다면 레딩 감옥의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그렸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맞는 것일지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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