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을 운항승무원이나 파일럿이라고 부릅니다. 멋진 제복을 입고 항공기를 조종하는 전문직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장래희망으로 꼽을 정도로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하지만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신체검사를 통과하고 영어는 기본이고 적게는 수백 시간에서 천 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출처 : Press From
최근 5개월 동안 두 차례나 추락한 보잉 B737 맥스 기종의 원조 격인 보잉 B737을 조종한 국왕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두 차례의 이벤트성이 아닌 무려 20년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행기 조종사로 일한 것입니다.
조종실에 있는 국왕 (우측) / 출처 : KLM
그 주인공은 바로 네덜란드의 현재 국왕 빌럼 알렉사더르 클라우스 헤오르허 페르디난트입니다. 그는 KLM 네덜란드 항공에서 20년 이상이나 부조종사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보통의 파일럿과 동일하게 조종사 제복을 입고 근무했으며, 기내방송 임무 역시 수행했는데요. 하지만 모든 스탭을 대표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목소리를 아는 승객도 있는 것 같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내방송을 듣지 않기에 지금까지 별다른 일 없이 근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네덜란드 국왕은 원래 근거리 항공기인 포커70 기종을 조종했으나 이 기종이 퇴역하면서 현재는 보잉 B737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에티오피아항공 및 인도네시아의 라이온항공이 운행하던 B737 맥스의 추락사고가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국왕에 대한 걱정어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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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은 왜 지금까지 이중생활을 했을까요? 그는 국왕으로서의 의무와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여객기를 직접 조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객기 조종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취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렉산데르 국왕은 '(조종사는) 비행기와 승객, 승무원을 책임진다. 땅 위의 문제들을 하늘로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다른 것은 완전히 잊고 몰입할 수 있다. 내겐 그것이 비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게되는 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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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에 따르면 국왕은 학생 때 비행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 말 자선단체들을 위해 자원봉사 비행사로 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국왕은 근거리 비행기를 조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국왕으로서의 공무와 병행하다보니 장거리 비행은 '긴급사태' 발생 시 네덜란드로 빨리 복귀할 수 없기 때문에 근거리 비행을 주로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왕의 비밀 취업이 밝혀진 후 KLM측에서도 국왕이 조종실에 앉아있는 모습 등을 SNS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국왕의 운항 스케쥴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KLM에서는 "앞으로 KLM을 탑승하는 사람은 다른 항공사에는 없는 설렘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KLM은 왕립 네덜란드 항공의 줄임말인데 (Koninklijke Luchtvaart Maatschappij, Royal Dutch Airline) 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