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에서는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었습니다. 이유는 '신장 면화'였습니다. H&M에서는 지난해 성명에서 '신장의 강제노동과 소수민족 차별 관련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구매하는 것을 중단했다'라고 밝혔는데요. 이 성명이 문제가 된 것이었습니다. H&M은 중국의 주요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퇴출되었으며 H&M의 모델인 배우 황쉬안, 한국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으로 모국인 중국에서 활동 중인 빅토리아 또한 'H&M과 모든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히며 이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에는 총 520여개의 H&M 매장이 있는데요. 이에 H&M에서는 중국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 H&M 측에서는 '중국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죠.
그러나 이번에는 예상치 않은 불똥이 튀었습니다. 바로 베트남에서 H&M의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과연 베트남 사람들은 왜 H&M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일까요?
얼마 전 H&M의 상하이 지사 관계자는 중국 당국과 '웨탄'을 가졌습니다. '웨탄'은 예약 면담이라는 단어로 표면적으로는 약속을 잡아 대화를 나눈다는 뜻인데요. 그러나 실상은 중국 정부의 수위 높은 경고이죠. 면담에 불려 간 기업은 즉각 사과문에 해당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관례이며 심한 경우 기업 신용등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H&M 측에서는 왜 웨탄에 불려 간 것일까요? 이번 건은 신장 면화에 관련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H&M의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지도 때문이었죠. 중국 당국에서는 H&M에게 '지도 사용에 있어 조금도 규범에 틀려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에 H&M 측에서는 새로운 지도를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 지도가 베트남에서 논란이 된 것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구단선'이었습니다. 구단선은 중국이 1947년 독자적으로 발표한 'U'자 형태의 해상 경계선입니다. 중국은 이 지역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웃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죠.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에서는 '중국의 구단선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라고 판결했지만 현재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를 무시하고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지어 군사기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파라셀 군도'입니다. 파라셀 군도는 베트남에서 동쪽으로 445km 떨어진 곳인데요. 130개의 산호섬과 암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곳을 '시사 군도'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서는 '호앙사 군도'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베트남이 실효지배하던 지역이지만 1974년 해전에서 중국이 승리한 뒤로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죠. 베트남의 네티즌들은 파라셀 군도가 베트남 영토로 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H&M 측은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현재 중국에는 420개의 H&M 매장이 있는 반면 베트남 전역에는 12개의 매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중국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