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BTS, 블랙핑크 등이 이끌고 있는 한류 열풍. 그러나 이 한류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사실 2010년대 초 K팝과 K드라마 등이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에 덩달아 K뷰티도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미샤, 더페이스샵 등의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에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이 브랜드들은 아시아권에 진출하기 쉬웠고, 큰 흥행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로드숍 제품은 '따이공(중국의 보따리상)'들이 사랑하는 아이템이었는데요. 이들은 명동 거리를 휩쓸며 중국으로 한국의 제품을 날랐고, 이에 우리나라 제품은 입소문을 탔으며, 중국 내 매장도 많이 열게 되었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뷰티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입니다. 에뛰드 하우스는 지난 2013년 중국 상해에 첫 공식 매장을 오픈하고, 샤이니, f(x) 등의 한류 스타를 내세워 중국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중국 여성들에게 '공주의 달콤한 꿈 실현'이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아기자기한 '프린세스 무드'로 큰 인기를 끌었죠. 2019년까지 중국 내에서 총 600개 이상의 로드샵을 운영해온 에뛰드하우스에서는 얼마 전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에뛰드하우스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바닥을 쳐왔는데요. 2018년 영업손실은 262억 원이었고, 2019년에도 185억 원이라는 영업손실이 났죠. 이에 현재 에뛰드하우스는 중국의 화장품 유통 브랜드인 더컬러리스트에만 입점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이런 흐름은 K뷰티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것일지에 대한 것도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K뷰티 몰락의 시작은 지난 2017년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따라 중국이 한국산 물건의 수입을 2년간 금지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K뷰티 제품은 중국 내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서 판매가 중단되었으며,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도 급감하게 되었죠. 또한 반한 감정과 중국의 민족주의가 확산되며 이런 현상은 심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화장품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66% 정도였는데요. 2018년에는 20%로 급감했습니다. 에뛰드하우스 또한 2014년 매출이 정점에 달한 뒤 2017년 매출이 반토막 났으며 2019년은 여기서 또 반토막이 났죠.
또 하나의 이유는 코로나19입니다. K뷰티 브랜드들은 코로나에 큰 타격을 받게 외었습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온라인 판매로도 오프라인 판매를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죠. 특히 에뛰드하우스는 색조 화장품 전문 브랜드인데요. 이에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2020년 에뛰드하우스는 최악의 실적을 거뒀는데요.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37개 자회사 중 유일하게 자본 손실에 직면했죠. 현재 티몰의 데이터에 따르면 다행히 전체 브랜드의 아이 메이크업의 제품 매출이 150%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띄고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중국의 로컬 브랜드 '퍼펙트 다이어리'입니다. 퍼펙트 다이어리는 지난 2017년 설립되었는데요. 출시 2년 만에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았습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퍼펙트 다이어리는 전국애 200여 개 체험용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600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에뛰드하우스의 매장이 없어지는 것과 반대의 행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처음에는 K뷰티가 큰 가성비, 창의적인 포장, 빠른 턴어라운드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는 더 이상 중국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은 현재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으며 어떤 마케팅 전술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특히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력이 훨씬 높은 상황이죠.
'궈차오' 열풍도 중국 로컬 브랜드에게는 호재입니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의 합성어로 일종의 애국주의 소비 트렌드이죠. 궈차오 열풍은 얼마 전 벌어졌던 중국 신장 면화 논란에서 극에 달했는데요. 중국 신장 위구르족의 인권을 비판한 많은 글로벌 브랜드는 불매운동을 당했고, 중국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 되었습니다.
중국 내의 K뷰티, C뷰티에 밀려 이대로 사라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1급 도시는 궈차오 트렌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있으며, 티몰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뷰티 브랜드 구매의 약 10%만이 1급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에뛰드하우스는 중국의 종합 뷰티 매장인 컬러리스트와 협업을 할 예정인데요. 컬러리스트의 오프라인 매장 21곳에 독점으로 입점하며 에뛰드하우스는 온라인 채널로 마케팅 판로를 바꿀 예정입니다. 특히 최근 주요 유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곳은 바로 라이브 커머스인데요. 라이브 커머스는 지난해 6월 기준 전년 대비 16.7% 늘며 3억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반대로 2019년 전체 유통채널의 약 77%를 차지했던 점포 기반 소매 유통은 지난해 72%로 하락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