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하이난을 아시나요? 한국인에게 제주도가, 일본인에게 오키나와가 있다면 중국인에게는 하이난이 있는데요. 이곳은 중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휴양지인데요. 미세먼지가 없으며 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곳은 대대적인 변신을 했습니다. '휴양지'라기보다는 '명품의 천국' '쇼핑의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이 된 것이죠.
과연 하이난은 어떻게 세계 명품 시장에서 보기 드문 명소가 되었을까요? 그 요인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코로나 19로 인한 여행 제한
글로벌 매니지먼트 컨설팅 회사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명품 소비의 35%가 중국 소비자들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이 중 11%만 중국 본토에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금지와 제한 조치가 발효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이에 2025년까지 26%에서 28%의 명품 구매가 중국 본토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중국 정부에서는 새로운 인프라와 디지털 통화를 구축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내수 진작을 목표로 24개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소비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2021년이나 2022년에 여행 제한이 풀리더라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 면세 한도 증액
하이난에는 이 지역만의 특별한 '이도 면세 정책'이 있습니다. 즉 하이난 섬을 떠나는 관광객들이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죠. 이는 우리나라의 제주도 내국인 면세 정책과 유사한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당국에서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를 기존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10만 위안은 우리 돈으로 약 1,700만 원 정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8천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36만 원에 해당하는 단일품목 면세 한도도 취소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원래는 12개의 제한 수량이 있었지만 이를 30개로 늘렸으며 면세 상품의 종류도 기존의 38종에서 45종으로 늘어나 휴대전화, 태블릿 PC, 주류 등 7개 품목이 더해졌습니다.
3. 애국 소비의 등장
올해 등장한 단어 중 하나는 '궈차오'입니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의 합성으로 일종의 애국주의 소비 트렌드입니다. 특히 중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궈차오 열풍을 이끌고 있는데요. 중국의 배우 겸 샤오잔은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라이닝의 브랜드 홍보대사가 되었으며 왕이보는 중국 브랜드 안타스포츠의 모델로 나섰죠. 왕이보가 등장하는 홍보 포스터에는 중국 국기, CHINA 등의 문구가 프린터 되어 있어 전형적인 궈차오 패션을 보여주며 호평받고 있습니다.
또한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에서 강제 노역 의혹이 있는 신장산 목화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중국 네티즌들은 더욱 반발하며 궈차오 열풍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를 구입하고 현지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기에 이런 애국주의 상승으로 하이난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4. 홍콩의 몰락
현재 중국 당국에서는 의도적으로 하이난 밀어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몽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보 중의 하나이자 홍콩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죠. 그리고 이는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홍콩은 민주화 시위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고의 명품 천국'이라는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반중국 운동으로 인해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홍콩 거주민들은 홍콩을 떠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여름 중국 정부가 국가 보안법을 시행한 후 1% 이상의 주민들이 떠나고 있으며 수백억 달러가 홍콩 현지 은행 계좌에서 싱가포르와 같은 지역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하네요. 지난 2년 동안 홍콩의 권력이 상당히 약화된 반면 하이난은 중국 본토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5. 서양 명품 브랜드의 투자
패션 뉴스와 관련 업계를 분석하는 미디어 그룹 '더비지니스오브패션(The Business of Fashion)'에 따르면 스위스의 면세점 공룡 '듀프리(Dufry)'에서 관영 하이난 개발 홀딩스와 손을 잡고 하이커우의 모바몰에 매장을 오픈한다는 소식입니다. 또한 홍콩의 DFS 그룹은 선전면세그룹과 협업해 하이난 미션힐즈 복합 면세점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죠. 미국의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은 하이난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며 코치,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와이즈먼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태피스트리사에서는 코치 면세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코치의 CEO에 따르면 이 개발의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하네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구의 많은 브랜드들이 하이난에 대한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