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해도 전체 명품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명품 소비 2위 국가가 되었죠.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해 380억 달러(약 42조원)을 명품 구매에 썼다고 하는데요. 이는 1년 전의 294억 달러(약 32조원)보다 늘어난 수치입니다. 현재 명품 소비 1위 국가는 미국인데요. 미국의 명품 소비는 전년도보다 22%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해서 이어지며 곧 중국이 명품 소비 1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과연 중국 명품 소비의 저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중국 소비자들이 점점 부유해지기 때문입니다. HSBC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서 백만장자(100만 달러, 약 640만 위안 이상의 자산을 지닌 사람)의 숫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중산층도 3억 4천만명에서 5억명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하네요.
HSBC의 경제학자들은 '중산층의 증가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며, 소비 지출을 강화시키고, 내수와 자본 지출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도 늘어나고 외국 기업들도 중국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이렇게 중산층에 늘어나는 것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과는 대조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부의 불평등이 악화되었습니다. 물론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는 중산층을 재건하고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사용했지만 이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죠. 이에 소비자 지출은 억제되었고, 실질 가계 가처분 소득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소매 판매에 영향을 미쳤고, 소매상들의 수익을 악화시켰죠. 그러나 중국에서는 소매 판매로 인한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서구의 명품 제품을 이용해 개인적인 신분을 드러내고 싶어하는데요. 이에 많은 명품 브랜드의 제품들이 더 흔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명품 브랜드에게는 약이자 독이 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루이비통은 중국에서 엄청난 판매를 기록했지만 '부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는 없어졌다고 합니다.
현재도 명품브랜드는 중국 시장을 크게 의식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에서는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 등 3사에 시내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는 국내 시내면세점이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신 중국 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는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베르사체에서는 티셔츠 프린팅에 홍콩과 마카오를 독립된 도시로 표기한 후 사과했으며, 코치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 시장에 사과한 바 있습니다. 디올에서는 인턴십 프로그램 프레젠테이션 중 대만이 표기되지 않은 중국 지도를 사용해 항의를 받고 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나이키에서는 일본 디자이너 준 다카하시의 브랜드 언더커버와 함께 한정판 운동화를 발매한 후 불매운동에 시달리기도 했는데요. 이는 언더커버라는 브랜드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지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일부 제품이 중국에서 철수되고 말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