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 한대 값 팔렸다?' 표절 논란 덕분에 해외에서 더 화제된 솔비 작품

우리나라 대표 '아트테이너' 솔비(권지안)는 매우 주목받는 아티스트 중의 하나입니다. 그녀의 SNS는 기사로 재생산되고, 작품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경매 최고가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죠.

얼마 전 솔비의 작품은 또 한 번 최고 경매가인 2,010만 원을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일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시작은 '케이크 표절 사건'

이 작품을 소개하려면 지난 해 있었던 '케이크 표절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12월 솔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케이크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솔비는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빵실에서 케이크 만드는 거에 푹 빠져있다'라는 글도 함께 올렸는데요. 이후 이 케이크는 표절 논란이 일었죠.

네티즌들은 이 케이크가 아티스트 제프 쿤스가 만든 '플레이도(Play-Doh)'를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프 쿤스의 플레이도는 1994년에서 2014년 사이에 만들어진 조각품으로 총 다섯 개의 복제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의 크기는 304.8 * 274.3 * 274.3cm으로 대형 조각품에 속하며, 말랑말랑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14년 뉴욕에 있는 휘트니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치 놀이용 찰흙을 아무렇게나 뭉그트려 놓은 '플레이도'처럼 비의 케이크도 케이크 반죽을 아무렇게나 뭉쳐놓은 모습인데요. 이 케이크가 논란이 되자 솔비는 '아이들이 클레이 놀이하는 걸 보다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저만의 케이크를 만들어봤다'면서 '사실 이렇게 이슈가 될지 몰랐다'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을 향한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자 솔비는 'Just a cake'라는 글과 함께 케이크를 먹는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2. '표절 사건'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솔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라는 시리즈물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케이크 표절 이슈로 겪은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이었죠. 솔비 측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작가 권지안으로서 작품을 통해 소통하기로 했고, 케이크를 모티브로 평면 회화, 입체 회화, 조각 등을 완성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저스트 어 케이크-피스 오브 홉(Just a Cake-Piece of Hope)'이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열고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이 작품은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되었죠.

솔비의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케이크 표절 논란에서 촉발된 이 시리즈를 현대 미술의 성립 조건을 갖춘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판단하고, 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아트페어에서 솔비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12월 바르셀로나 국제 아트페어에 메인 아티스트로 초대되었으며, 뉴욕과 도쿄, 두바이 등의 갤러리와 소통을 이어가며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3.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

이 여세를 몰아 솔비는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에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의 한 작품인 '엔젤(Angel)'을 출품했습니다. 이 작품은 가로 50cm,  세로 70cm 사이즈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작업한 작품입니다. 솔비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캔버스 삼아 이곳에 순백색이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입체 부조 작품을 완성시켰고, 그 안에는 자신의 신곡 '엔젤'을 삽입해 미술과 음악을 결합했죠. 솔비는 낙착자에게 '엔젤'의 음원 공개 여부 결정권, 즉 음원 유통에 대한 동의권을 같이 포함시키는 실험을 하기도 했는데요. 만약 낙찰자가 이 음악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엔젤'은 단 한 사람만의 음악으로 소장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49회의 경합 끝에 1,010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후 낙찰자는 음원 유통에 대한 동의 의사를 밝혔는데요. 지난 4월 이 음원은 공개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낙찰받은 30대 여성은 '엔젤의 앞 소절을 듣는 순간 혼자 듣기 아깝다고 생각했다'면서 '끊임없이 예술의 경계를 묻는 권지안 작가에게 괴짜의 기질이 느껴졌다. 권지안 작가가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표현할 수 있는 현대 미술가로서 오래도록 작업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며 음원 공개에 동의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4. 71회의 경합 끝에 경매 최고가 달성

3개월이 지난 6월.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의 작품이 또 한번 경매에 나왔습니다. 바로 '플라워 프롬 헤븐(Flower from Heaven)'입니다. 이 작품 또한 블루투스 스피커에 케이크 크림의 질감을 더한 부조 작품인데요. 초를 오브제로 기쁨, 슬픔, 희망, 그리움 등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또한 새롭게 작업한 음악이 삽입되었습니다.  또한 '엔젤'과 마찬가지로 낙찰자가 동의하면 음원 사이트 등을 통해 신곡이 발매되는 시스템이죠. 

이후 솔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6개월간 링 위에서 펀치를 계속 맞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최근 아빠와의 이별까지 저에겐 시련과 역경, 고통의 시간들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팠던 시간들을 담기 위해 작업에 더 몰두 했고,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솔비는 '10년 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고, 이번 역시도 미술이 없었다면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예술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비판받아오고 있지만 두렵지 않다'라고 밝혔네요.

 

5. 끝없는 논란

한편 솔비의 작품은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미술 작가 겸 기획자인 '홍대 이작가' 이규원은 솔비의 작품에 대해 '배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수 없다' '미대에 가고 싶은 중 고등학생 수준' '미술 큐레이터 10명 정도에게 물어봤는데도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 '지금 수준이 21학번 정도. 홍대 미대는 아니고 그냥 미대 21학번 정도'라며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이후 또 한번 솔비를 언급했는데요. 솔비가 이탈리아 문화 예술 그룹이 발표한 '이달의 작가' 경연에서 4월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을 보고 '선정 작가가 되려면 공모를 해야 하는데, 세 작품에 10유로, 열 작품에 50유로를 내야 한다'면서 '그런 것들만 봐도 미술 하는 사람들은 사기라고 느낀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두렵지 않다'는 솔비. 앞으로는 또 어떤 실험적인 작품으로 예술계와 대중을 놀라게 할까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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