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어 보이지만 코로나 이후 극한 직업 됐다는 '이 일'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특유의 엄숙함이 있습니다. 전시품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되고, 뛰어다녀서도 안되며, 사진을 찍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죠. 그리고 '이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곤 하는데요. 바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경비원입니다.

경비원들은 미술관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관람객을 안내하거나 관람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작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볼 때는 이들이 그리 하는 일 없이 어슬렁 거리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들은 극한 직업이라고 하네요.

이런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바로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멧(Met)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5대 박물관 중의 하나이죠. 이곳은 '패션계의 축제'인 멧 갈라(Met Gala)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렇게나 저명한 미술관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메트로폴리탄 또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많은 피해를 입혔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습니다. 이에 2020년 3월 휴관에 돌입했죠. 이후 8월 말부터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죠. 다만 뉴욕시에서는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에 대해 제한된 수용 능력 이내의 범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며, 티켓 판매와 관람객 입장을 시간대별로 진행하도록 했죠. 이에 메트로폴리탄은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8/2019 회계연도의 티켓 매출이 5,506만 달러(약 630억 5,000만 원)였던 것에 비해 2019/2020 회계연도에는 티켓 매출이 3,750만 달러(약 429억 4,500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죠. 

이에 메트로폴리탄 측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20%의 인력 감축을 했습니다. 경비원들 또한 인력 감축의 제 1순위였던 것이죠. 이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개장을 했는데요. 마치 지금까지 미술관을 방문하지 못한 한을 풀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미리 예약을 한 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만 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했죠.

인력은 줄었지만 사람들은 많이 방문하는 이 상황. 어느 누가 봐도 경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설상가상을 인력난에 의해 미술관의 규칙이 바뀌며 미술관 경비원들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원래는 미술관에 입장하기 전 '코트 체크'를 하며 미술관에 들고 들어가면 안되는 물건들을 모두 잡아냈지만 인력 부족을 위해 금속탐지기만 설치한 것이죠. 이에 사람들은 긴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작품을 훼손하려 하고, 기타 타인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물건들을 소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세 명이서 맡아서 봐야했던 장소를 한 명이 순찰해야만 했고, 미술관의 작품 파손 행위는 이어졌습니다. 최근 메트로폴리탄에서는 그리스와 로마 소장품 중 대리석 조각에 누군가가 낙서한 것이 발견되었으며, 네덜란드 화가 전시회 안에 있는 작품들도 손상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인원 감축으로 인한 노동시간 증가도 이들에게는 스트레스였습니다. 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고, 휴식시간은 줄어들었으며, 인력난으로 인해 휴가 요청과 병가가 거부되고 있다고 하네요. 설상가상으로 메트로폴리탄에서는 현재 휴무인 화요일에 박물관을 개관하겠다고 밝혔으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관람 시간을 밤늦게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에 경비원들의 수고로움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은 보통 예술가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예술작품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동시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임금은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인 시급 15달러에서 근무 연도에 따라 시급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현재 한 직원은 2007년 이후 이곳에서 계속 일해왔는데, 시간당 19달러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을 지키는 안내원들이 모두 해고되었기에 이들은 안내원의 역할도 담당해야 하는데요. 이에 할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고 하네요. 

박물관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비원의 부족은 해당 박물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비원은 존재 자체로 관람객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보안쇼'라고 하네요. 실제로 지난 2012년 그리스의 한 미술관에서는 파업으로 인해 경비 인력을 줄인 사이에 피카소의 작품이 도난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도 미술관 경비원에 대한 처우는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립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의 경비는 공무직 근로자로 채용하는데요. 이들은 순찰, 출입통제, 감시 등 경비 보안 업무를 맡고 관람객 안내 및 관람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들은 교대 순환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공무직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근로자이며 승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직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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