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BTS, 블랙핑크 등이 이끌고 있는 한류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사실 2010년대 초 K팝과 K드라마 등이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에 덩달아 K뷰티도 인기를 끌게 되었죠.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미샤,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브랜드드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 화장품은 당시 한류 열풍에 힘입어 아시아권에 진출했고 큰 흥행을 거두게 되었죠. 특히 우리나라의 로드숍 제품은 따이거우(중국의 보따리상)들이 사랑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려 600개 이상의 로드샵을 운영해온 에뛰드하우스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폐쇄했고, 더페이스샵 매장은 2018년 철수되었습니다. 지난해 이니스프리는 매장 140개를 정리했으며 클리오 또한 지난 2019년 로드샵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때 잘나갔던 K뷰티 브랜드들은 왜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K뷰티 몰락의 시작은 지난 2017년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따라 중국이 한국산 물건의 수입을 2년간 금지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K뷰티 제품은 중국 내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서 판매가 중단되었죠.
또 하나의 이유는 강력한 C뷰티가 등장한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에는 수많은 신생 화장품 브랜드가 생겼습니다. 현재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은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으며, 어떤 마케팅 전술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먹힐지에 대한 이해력이 훨씬 높은 상황입니다. 궈차오 열풍도 중국 로컬 브랜드에게는 호재입니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의 합성어로 일종의 애국주의 소비 트렌드입니다.
중국 내의 K뷰티. 과연 C뷰티에 밀려 이대로 사라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을 밀고 있고, 이 전략이 점점 더 먹혀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략은 바로 가성비 제품 대신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운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중국의 로컬 브랜드 중에는 그렇다 할 럭셔리 브랜드가 없고, 일본의 SK-II, 미국 브랜드 라메르 등 럭셔리 수입 브랜드와 경쟁을 하는 쪽을 택한 것이죠.
얼마 전 열린 중국의 '618 쇼핑 페스티벌'에서 극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후'가 더우인에서 뷰티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회사인 LG 생활건강에 따르면 후, 오휘, 숨 등의 브랜드가 지난해보다 70% 증가한 7,79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성장해 35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가성비 K뷰티 제품의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일본 화장품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수입되었습니다.
이는 주가로도 고스란히 연결되었습니다. 150만 원대를 횡보하던 LG생활건강은 6월 16일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요. 160만 원대를 거쳐 6월 18일 170만 원대까지 올라섰습니다. 7월 1일에는 177만 원까지 갔고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는 141만 4천 원가량입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소비자들은 럭셔리 제품을 선호하는 것일까요? 몇 년 전 저렴한 K뷰티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이 경제력을 갖게 되었고, 이에 더 비싼 뷰티브랜드로 전환한 것이었죠. 중국 소비자들이 점점 부유해지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인데요. HSBC에 따면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서 백만장자(100만 달러 기준, 약 640만 위안 이상의 자산을 지닌 사람)의 숫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중산층도 3억 4천만 명에서 5억 명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