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물들지 마!' 중국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젠더리스 패션' 뜬다

'젠더 플루이드' '성 중립적' '젠더리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을 특별히 나누지 않고 그 사람 자체의 고유한 가치를 중시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오래전부터 패션계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이었는데요. 그러나 '성 중립적'이라고 하면 보통 여성들이 남성들의 옷을 입는 것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헐렁한 셔츠나 바지를 입고 '보이프렌드 핏'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죠. 그러나 요즘 '젠더 플루이드' '성 중립적'인 패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여성들의 옷을 입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시작은 우리나라의 남자 아이돌이었습니다. 이런 패션을 가장 먼저 선보인 사람은 빅뱅의 지드래곤입니다. 지드래곤은 마른 체형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에 여성복을 찰떡같이 소화했고, 특히 지드래곤의 샤넬 여성복 착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죠. 현재 젠더리스룩으로 가장 뜨고 있는 아이돌은 아마도 BTS의 지민이 아닐까 싶은데요. 얼마 전 지민은 셀린느의 화보를 통해 짧은 반바지 위에 킬트 치마를 덧입고 퍼부츠를 신어 젠더리스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가 하면, 샤넬의 여성 트위드 재킷은 물론 샤넬의 여성복을 전반적으로 다양하게 소화화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가 이제는 중국으로 옮겨간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중국에서도 여성복 입는 남성들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올해 6월 샤넬 브랜드 앰버서더가 된 배우 왕이보가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왕이보는 중국에서 '인간 샤넬'로 불리는 인물인데요. TV쇼와 잡지 커버를 통해 샤넬의 여성복을 입고 등장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트리트 댄스 쇼'에서는 분홍색 샤넬 재킷과 미니 핸드백을 매치했으며 텐센트가 주최한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트위드 재킷을 입었네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티파니와 아르마니 뷰티의 얼굴로 활동하는 이양첸시 또한 201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샤넬의 트위드 재킷을 입었습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모델인 배우 리시안 또한 2019년 보그 파티 때 샤넬의 2018년 컬렉션 코트를 착용했네요. 프라다의 뮤즈인 차이쉬쿤 또한 프라다의 여성용 슈트를 레드카펫에 입고 등장했습니다. 현재 중국판 트위터라 불리는 웨이보에는 '여성들의 옷을 입는 남성 유명인들'이라는 해시태그는 1억 5천만 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패션 플랫폼 샤오홍슈에서는 얼마 전 2021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키워드 TOP 10에 '젠더리스 패션'이 뽑히기도 했죠.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젠더리스 패션' 게시물에 대한 조회수는 전년대비 182% 증가했다고 하네요.

이런 유행과는 별개로 중국 당국에서는 이런 흐름을 그리 반기고 있지는 않습니다. 2018년부터 중국 관영매체에서는 'K팝이 젊은 남성들의 여성화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밝히며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듭 주장해왔죠. 올해 2월 중국 교육부에서는 '남학생의 남성성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을 추진하라'는 공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보수적인 가치 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점점 더 고정된 성 역할에서 탈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로컬 의류업체인 보시와 뷰티 브랜드인 해시태그 등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젠더리스 제품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직까지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별 구분 없는 패션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앞으로 연예인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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