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습격 당해 작품 뺏긴 박물관, 그 이유는?

얼마 전 한 박물관이 경찰에게 급습당했습니다. 바로 '정당한 면허'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면허가 없다면 단순히 박물관에 폐쇄 명령만 내리면 될 것 같은데요. 경찰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박물관 내부에 있는 작품과 자료 등을 빼앗았습니다. 이 박물관은 왜 이런 수모를 당하게 된 걸까요? 

해당 박물관은 홍콩에 위치하고 있는 '6월 4일 박물관'입니다. 6월 4일 박물관은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난 중국 정부의 시민 무력 진압 사건, 일명 톈안먼 사태(천안문 사태)의 희생자를 기리는 곳인데요. 이곳에 있는 각종 사료들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품 등을 압수해간 것이었죠.

사실 이번 경찰의 습격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곳은 지난해 8월부터 온갖 구설에 올랐는데요. 식품환경위생국의 인허가 조사를 받으며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박물관 측에서는 이 박물관의 이름을 '8964 박물관'으로 바꿨고 박물관을 온라인으로 재개관했습니다.

홍콩 당국에서 이 박물관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이곳은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에서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지련회는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기리는 홍콩 연례 집회를 조직하는 단체인데요. 홍콩 정부에서는 이들이 '외국 공작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지난 8월 지련회에 서한을 보내 회원의 신상, 재정,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청했는데요. 지련회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서한을 전달했고, 이후 경찰은 집, 사무실 등에서 지련회 간부를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체포한 것이었죠. 이들은 '국가 전복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이들은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련회가 운영하는 박물관까지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은 1989년 베이징 학생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민주주의의 여신' 조형물을 압수했으며, 톈안먼 희생자를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 사진 또한 들고 가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는 톈안먼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검열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적이 없고, 이들은 이 사태에 대해 '극소수의 반사회적, 반공적인 지식 세력이 순진한 노동자와 시민들을 선동해서 국가를 뒤엎으로 한 난동'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되었던 과잉진압 역시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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