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포장해드립니다' 포장의 달인이 파리 개선문 포장한 이유는?

'포장의 달인'이라 불리는 예술가 부부가 있었습니다. 바로 크리스토 & 잔 클로드입니다. 이들의 포장 실력은 타의 추종을 뛰어넘을 정도인데요. 초반에는 테이블, 오토바이, 잡지 등 물체를 포장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스케일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죠. 이들은 분수를 포장했고, 건물을 통째로 포장지에 싸기도 했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부부는 이후 호주의 해안가를 뒤덮었는데요. 이때 무려 2.4km 길이의 해안가를 통째로 덮어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이후 마이애미에 위치한 11개의 섬을 폴리프로필렌으로 포장했으며,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산의 골짜기에 주황색 커튼을 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포장 실력은 곧 '예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예술에는 '대지 예술' '환경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들. 그러나 2009년 아내 잔 클로드는 세상을 떠났고, 남편 크리스토 또한 지난해 5월에 숨지게 되었습니다.

대지예술의 일인자 부부가 둘 다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이 남긴 작품과 정신은 아직도 생명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크리스토의 유작이 공개되며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는 크리스토가 사망한 이후 그의 조카이자 동료인 블라디미르 야바체프가 완성시킨 것이었습니다. 바로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개선문'을 포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크리스토가 사망하기 전 그는 개선문을 포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그는 설계까지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4월 6일부터 약 2주 동안 선보일 예정이었죠.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 계획은 연기되었고, 크리스토는 5월에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작품을 보지 못한 것이었죠.

당시 프랑스의 유명한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에서는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 부부의 초기작을 중심으로 한 회고전을 선보이고 있었는데요. 이 시기에 맞춰 개선문에 작품을 설치하려 했지만 무산된 것이었죠. 그리고 1년을 훌쩍 넘겨 9월 18일 드디어 작품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크리스토의 개선문 프로젝트는 크리스토가 평생 꿈꿔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1960년대 개선문 인근의 한 아파트에 세 들어 살았다고 하는데요. 이에 항상 개선문을 포장하는 꿈을 꿔왔던 것이었죠. 

그렇다면 과연 크리스토 잔 클로드 부부는 왜 이렇게 포장에 열중한 것일까요? 포장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혹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포장 미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의 외관을 덮어버림으로써 '익숙함'을 '낯선 것'으로 바꿔버립니다. 익숙한 것이 낯선 것으로 갑자기 변하면 사람들이 이것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시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파리의 상징 중 하나로 익숙하게 존재하던 개선문을 포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은데요. 개선문이란 무엇인지, 승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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