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에 3천억' 면세점에서 1,800만원 쓸 수 있게 허락한 후 벌어진 역대급 상황

'보복 소비'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보복 소비는 질병이나 재난 등으로 위축되었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소비가 급감했지만 2021년 백신의 공급으로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뜻하기도 하죠.

그리고 얼마 전 '보복 소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소식이 들리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당국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특히 '이 지역'에서는 6일 동안 3,000억의 소비가 터지며 당국 관계자들도 깜짝 놀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지역은 바로 하이난입니다. 하이난은 '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곳인데요. 한국인에게 제주도, 일본인에게 오키나와가 있다면 중국인에게는 하이난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위상을 지닌 곳입니다. 이곳은 중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휴양지이기도 한데요. 미세먼지가 없으며 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이죠. 

얼마 전 중국에서는 국경절 황금연휴를 맞이했는데요. 관영매체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6일까지 하이난의 9개 면세점 매출은 총 2억 5,2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000억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증가한 수치이고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배 이상 증가한 것이었죠. 구매 건수는 136%, 쇼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6% 증가했습니다. 이중 6일에만 면세 매출액이 507억 원에 달했는데요. 이는 국경절 최대 일일 매출액이었습니다.

사실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동안 중국 전역에서 보복 소비가 터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기간 관광 소비는 당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정도였죠. 중국 전역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관광 수입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보다도 4.2% 감소한 것이었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이난만 이런 국경절 특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내국인 연간 면세 구매 한도를 대폭 늘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는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대폭 상향했는데요. 10만 위안은 우리 돈으로 약 1,700만 원 정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면세 한도가 600달러, 약 70만 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약 24배에 해당하는 한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8,000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36만 원에 해당하는 단일품목 면세 한도도 취소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원래 12개의 제한 수량이 있었지만 이를 30개로 늘렸으며 면세 상품의 종류도 기존의 38종에서 45종으로 늘어나 휴대전화, 태블릿 PC, 주류 등 7개 품목이 더해졌죠.

면세점 택배 서비스도 소비 진작에 한몫했습니다. 차이나듀티프리(중면유한공사, CDF)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하이난성에서 출도한 후 180일 이내에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추가로 구매하면 택배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올해부터는 하이난 면세점에서 직접 물건을 사면 그 자리에서 집으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의 짐 부담을 줄이고, 면세품을 찾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명품 브랜드에서는 현재 하이난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최근 페라가모에서는 하이난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으며, 롤렉스와 오데마 피게 등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에서는 하이난 싼야에서 국제 시계 박람회인 '와치스 앤 원더스(Watches and Wonders)'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은 하이난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며 코치,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와이즈면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태피스트리사에서는 코치 면세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코치의 CEO에 따르면 이 개발은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고 하네요.

현재 1,800만 원의 면세한도는 하이난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의 제14차 5년 계획에 따르면 면세 지역을 선전이나 상하이와 같은 도시로 확대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하이난의 현재 인기를 감안할 때 이런 도시들도 비슷한 호황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밀어주기로 어마어마한 소비가 발생하고 있는 하이난 지역. 이곳에는 앞으로도 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한편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세계 2위, 3위를 차지하며 한국 면세시장은 글로벌 1위의 위치를 사수하고 있었는데요. 2020년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1위를 차지하며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뺏겼습니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면세업계에서는 면세 범위 상향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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