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의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탑승 전 몸무게를 측정해야만 한다는 규정이 생긴다면?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발권을 하러 갔는데 분명히 내가 요청한 좌석이 '빈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배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상구석, 유료 좌석 등이 아니라면 비행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그 좌석을 배정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 경우 기장이 운항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연료의 효율이 떨어지며, 탄소배출도 많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비행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항공사마다 이 비행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좌석을 배정하거나 수화물의 적재를 전문으로하는 '탑재관리사'라는 직책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에어코리아

한 회사에서는 비행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한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 방법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방법은 무엇일까요?

 

영국의 스타트업인 퓨엘 매트릭스(Fuel Matrix)와 영국의 항공사, 공항 관계자들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는데요. 이들은 승객들이 발권을 하는 셀프 체크인 데스크에 '압력판(pressure pad)'를 설치하자는 논의를 주고받았습니다. 퓨엘 매트릭스는 '기술 개발'에 기반을 둔 회사로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이 '압력판'으로 무엇을 하는 걸까요? 바로 이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승객들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용도입니다. 현재는 승객의 몸무게를 '추정'하여 계산하지만 이 기술이 시행된다면 좀 더 정확하게 승객들의 몸무게를 측정하고 이를 항공기 연료효율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는 남자는 88kg, 여자는 70kg, 아이는 35kg으로 추정하여 좌석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Daily Express

많은 매체에서 이 소식을 전하자 네티즌들은 즉시 반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의 몸무게를 밝히는 것이 꺼려지는 일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체중도 사람의 신체 정보 중의 하나인데, 이것을 수집한다는 것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퓨엘 매트릭스 측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이 모든 데이터는 확실하게 보안이 지켜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정보는 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의 절차에 따라 수집, 관리될 것임을 확실히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항공 승무원 / Uzairways.com

사실 승객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기는 했지만 이 '아이디어'는 이 회사가 최초로 낸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15년 우즈베키스탄의 국영항공사인 우즈베키스탄 항공은 비행기 탑승에 앞서 승객들의 체중과 수하물의 무게를 동시에 측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며, 2016년에는 하와이안 항공이 하와이-사모아 항공편 승객들의 몸무게를 재서 이를 기준으로 좌석을 배정하여 승객들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사모아는 전염병 수준으로 불릴 만큼 비만이 심각해 인구 3명 중 1명이 비만이 원인인 당뇨병을 앓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티웨이항공 수속카운터, 티웨이항공 앱

몸무게 측정은 외국의 일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항공사인 티웨이, 제주항공 등에서도 몸무게를 측정한다는 공지사항을 띄운 후 인터넷에서는 이에 대한 예매자들의 불만이 가득 찼었는데요. 이는 추가 요금 징수, 과체중자의 탑승 거부, 혹은 좌석 배정 등의 이유가 아니라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 기준'에 의거하여 승객들의 성별, 나이에 따른 표준 중량을 산정하기 위함입니다. 몸무게 측정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으며 이름, 주민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는 저장되지 않습니다. 이는 전 항공사에서 최소 5년에 한 번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항공기의 안전을 위함이라고 해도 아조 조금의 불안감과 불쾌감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비행기 탑승 전 여러분의 몸무게를 측정한다고 하면 응하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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