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영국은 떠들썩했습니다. 바로 왕실의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 출신 메건 마클의 결혼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녀가 해리 왕자보다 연상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미국인이라는 점, 이혼 경력이 있다는 점, 혼혈, 가톨릭 신자 등의 독특한 이력으로 왕실의 금기를 깼으며 이에 대한 좋은 시선과 못마땅한 시선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결혼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케이트 미들턴과의 불화설을 계속해서 부추기거나, 메건 마클이 주위 사람에게 '갑질'을 했으며 성격이 변덕스럽고 까다롭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미들턴과 마클 팬 사이에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왕실은 악성 댓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로 영국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요. 바로 새로 태어날 '로열 베이비'의 국적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미국 국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영국 왕실의 아이가 미국 국적이라니 말도 안 된다'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메건 마클의 출산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인인 메건 마클과 영국인인 해리 왕자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의 국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결혼한 미국인과 외국인 부부가 해외에서 출산한 신상아는 자동으로 태어날 때부터 시민권이 부여됩니다. 다만 아이의 미국인 부모가 일정 기간 미국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도리스 메이스나 전 미국 이민국 국장은 '왕자 부부의 아이는 미국 국적자로 태어나겠지만 이 미국 시민권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서류와 증빙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한 만큼 이 부부가 이런 절차를 밟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여권 신청도 가능하며 이 아이는 '이중 국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영국 여권과 미국 여권을 둘 다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의 탄생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바빠질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영국 왕실의 회계사들인데요. 태어날 '로열 베이비'의 국적이 미국 국적이다 보니 연방 국세청에 세금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민은 미국 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소득, 은행 계좌를 연방 국세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영국 왕실의 계좌가 미연방 국세청에 공개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이 로열 베이비는 18세까지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연방 국세청에서 영국 왕실의 재산 일부를 볼 수도 있다는 사상 초유의 사실이 밝혀지며 영국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자 중 한 명인 이 로열 베이비가 미국 국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