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그 지역의 '음식'입니다. 미술관, 박물관을 가듯이 세계 각국의 맛집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정도로 '미식'과 '여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소수의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도 좋지만,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길거리 음식은 그 나라의 음식 문화를 잘 보여주는 도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이 '길거리 음식'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 음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길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자연히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게 되고 음식물 쓰레기의 특성상 잘 닦이지 않으며 종종 악취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음식을 포장한 용기나 랩 등을 아무 데나 버려 거리를 더럽힙니다. 이렇게 도시 곳곳에 음식물이 있으면 비둘기, 쥐와 같은 동물들이 들끓게 되며 도시의 미관과 위생상태도 안 좋아지게 되죠.
이 모든 문제를 처절하게 겪었던 곳이 있는데요. 바로 이탈리아 중부의 관광도시 '피렌체'입니다. 한때 그 유명한 '메디치가'가 이곳을 본거지로 삼았으며 이 가문이 남긴 많은 예술 문화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이를 바탕으로 영화까지 제작된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되기도 하여 일년 내내 끊임 없이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매년 1,020만 명의 관광객들이 피렌체를 방문하며 '오버투어리즘'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피렌체의 명소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여름철마다 바깥에 앉아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로 큰 불편을 겪어왔습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피렌체 시에서는 2017년 여름부터 주요 유적지의 계단에 물을 뿌려 사람들이 앉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피렌체는 이 문제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벌금'이라는 초 강수를 두게 되었습니다. 2018년 9월부터는 피렌체 내 4개의 주요 장소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주요 장소는 바로 △우피치 광장 △네리 거리 △그라노 광장 △ 닌나 거리입니다. 이곳에서는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시~10시에 음식물을 먹다 적발되면 150유로(약 20만 원)에서 최대 500유로(약 65만 원)까지 벌금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조치는 피렌체가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2017년 로마에서는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계단에서 음식물 섭취를 금지했으며 음식물 섭취 시 최대 240유로의 벌금을 매겼습니다. 그리고 최근 일본 도쿄의 근교 여행지로 유명한 카마쿠라에서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식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는 벌금이나 제재는 없으며 '캠페인 활동' 등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의 천국' 방콕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있는데요. 방콕의 일부 주민들은 길거리 음식 노점상의 '제한'이나 '폐쇄'를 원하지만 또 다른 주민들은 활기찬 길거리 음식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아직까지 문제의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관광지로서 사람이 많이 모여들고, 주민들은 돈을 벌 수 있으며, 활기찬 도시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이에 수반되는 부작용들이 더욱 심각해지는 때인 것 같습니다. '벌금' 때문에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벌금을 내지 않더라도 보행 중에는 음식물 섭취를 삼가고, 다 먹은 후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버려 그 관광지에 대한 우리의 '존중'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