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서 탈출 시 내 짐 가져간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죠?

비행기 사고는 자동차 사고만큼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교통수단 보다 안전 수칙이 엄격한 편입니다. 비행기 탑승 시 승무원이 비상 탈출 요령을 앞에서 직접 데모로 실시하거나 기내 IFE(In-Flight Entertainment)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비상 착륙 중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에서 78명 중 무려 절반이 넘는 4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더 놀랍고도 안타까운 사실은 승객 전원이 살 수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이 대참사로 이어진 원인은 수하물, 즉 탑승객의 짐이었습니다. '비상 탈출 시 짐 챙기지 않기' 누구나 알고 있는 안전 상식이지만 불의의 사고에 이 상식을 꼭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오늘 RedFriday에서 알려드립니다.

 

1. 단 1초로 좌지우지되는 골든타임


비행기에서 내릴 때 본능적으로 짐을 챙겨서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비상 착륙 시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찾아서 탈출한다면 수백 초의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90초 법칙'을 이야기 합니다. 90초 안에 승객이 비행기에서 탈출해야 승객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90초라는 수치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90초가 지나면 비행기의 알루미늄 외피가 녹기 시작하며, 내부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화재로 인한 연기로 시야가 흐려지며,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짐을 찾는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2. 다른 사람의 탈출을 방해


수하물에 손을 대는 행위 자체만으로 다른 승객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짐을 찾으려 통로를 막아 버리면 탈출하는 사람과 뒤엉키면서 탈출을 지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짐을 가져가다가 놓치거나 통로에 두게 될 경우, 이 또한 다른 사람들의 탈출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 사고에서도 한 승객은 촌각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순간 수하물 칸에 있던 짐을 찾고 통로에서 자신의 백팩을 메느라 다른 승객의 탈출을 방해한 승객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10C석에 앉아 있던 그의 좌석 뒤에 있던 사람들 중 단 3명만 살아남았다고 하네요. 그는 언론의 집중 질문에 '나도 살고 싶었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3. 슬라이드 파손의 주범


그렇다면, 선반 위에 있는 짐 말고 좌석 아래에 있는 짐은 가지고 탈출해도 될까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혹시 가방에 버클 등 메탈 소재의 부착물이 있는 경우 슬라이드가 파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슬라이드는 공기를 집어넣은 튜브 형태이기 때문에 마찰로 인해 슬라이드를 훼손할 수 있는 가방은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뾰족한 힐과 같은 신발도 벗어야 합니다. 특히 물 위로 비상 착수 시, 이 슬라이드는 구명보트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줄을 스스로 파괴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4. 수하물로 인한 부상


또한 수하물을 가지고 탈출하다가 순간 놓치게 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큰 가방을 움켜쥐고 슬라이드를 탔다가 혹여 가방을 놓친다면 각지고 단단한 가방이 앞에 가던 승객을 덮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5. 공간도 시간도 부족


만약 기어이 짐을 가지고 탈출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물 위에 착수 한 경우라면 탈출 슬라이드가 구명보트가 됩니다. 이때 공간적 제약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람도 탈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차피 소지품은 버려야 하죠. 항공기가 물 위가 아닌 땅에 비상 착륙하였어도 다음 사람을 위해 착지 후 재빨리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하며, 화재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어 되도록이면 멀리 벗어나야 하는데 짐 때문에 이 과정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항공기를 개발하고 제작할 때 별도의 안정 규정에 의해 탑승한 전 승객이 90초 이내에 탈출할 수 있도록 항공기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리 감독 기관인 국토부에서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AOC(운항증명) 점검 시 비상탈출 데모 훈련으로 기장이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탈출하는 것까지 모두 90초 안에 해낼 수 있는지 감독하고 있기도 합니다.

 

내 가방을 챙기려는 이기심이 다른 사람 뿐만이 아니라 나의 생명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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