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지연 문제, 승객들뿐만이 아니라 항공사 측에도 참 곤욕스러운 일입니다. 일단 승객들의 항의로 인해 승무원 및 지상 직원이 난처해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항공기가 지연이 되면 이 항공기로 이어지는 연결 편도 다 지연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승객들은 자주 지연이 되는 항공사를 신뢰하지 않아 예약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항공기가 지연되면 비행기의 짐을 내리고 싣는 인력, 정비 파트, 기내식이나 면세품을 내리고 싣는 인력 등이 초과 근무를 하게 되어 이에 따른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즉, 단 10분만 지연이 되어도 항공사 측에서는 손해가 막심합니다.
물론, 기상 상황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지연이 되는 것까지 막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항공사 측에서 노력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지연도 있습니다. 직원들의 숙련도를 증가시켜 모든 과정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죠. 비행기가 착륙한 후 비행기와 탑승교를 연결하는 작업, 다 먹은 기내식 카트, 면세품 카트를 내리고 새로운 카트를 올리는 작업, 비행기를 정비하는 작업, 연료를 재충전하는 작업, 승객의 짐을 다 내리고 다시 싣는 작업 등의 과정입니다.
이 시간을 더욱 단축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항공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를 낸 것일까요? 바로 세계 3대 자동차경주 대회로 꼽히는 나스카(NASCAR)의 피트 크루들이 훈련하는 훈련센터로 항공사의 일부 직원들을 보내 훈련시킨 것입니다. 이 훈련센터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의 무어스빌(Mooresville)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피트 크루 (Pit Crew) :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서 자동차가 한번 멈춰 차량을 보수하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데, 이 작업을 수행하는 팀원들을 피트 크루라고 부름.
나스카의 피트 크루들은 세계적으로 놀랄 만큼 빠른 스피드와 효율성, 그리고 정확성으로 유명한데요. 한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크루들은 피트 스톱에서 모든 작업을 끝내는데 11.5초가 소요되는 것을 목표로 훈련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항공사 직원들이 하는 일과 피트 크루들이 하는 일은 아주 달라서 이러한 훈련이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피트 크루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단지 '속도'뿐만이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 협동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확성과 안전인데 이런 부분은 항공사 지상 직원들도 배울 점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 훈련의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바로 지상에서의 작업이 평균 7분 정도가 단축된 것입니다. 일반적인 그라운드 타임이 국내선은 20분, 국제선은 40분에서 80분인 것을 감안하면 7분의 단축은 놀라울만한 수치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한 후, 지상 조업 직원들 중 매니저급의 직원들을 모두 이곳에 보내 훈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약 2000명 규모의 훈련단이 꾸려진 것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기발한 발상으로 항공사의 영원한 숙제인 지연 문제의 해결책을 조금은 찾은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분야와의 협업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유나이티드 항공의 이 사례는 이런 창의적인 발상이 기업에 도움이 된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