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예술이라지만..' 가족, 집, 정원, 자동차 모두 비닐로 덮은 예술 사진 논란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진공 커플 사진'을 아시나요? '할(Hal)'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사진작가가 2011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작업입니다. 연인들은 비닐 속에 들어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으며, 비닐 속의 공기는 최대한 빼내 진공 상태로 만든 뒤 사전에 설정한 구도에 따라 빠르게 촬영을 하는 일종의 콘셉트 사진입니다.

이 작가가 찍는 사진의 주요 테마는 '사랑'인데요.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져 완벽히 하나가 될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이제 이 작업이 한 단계 더 진전된 모습입니다.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한 가족, 그리고 그들이 사는 집, 이 가족의 자동차, 정원에 있는 나무까지 비닐로 함께 감싸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업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주제 또한 '사랑'으로 Flesh Love All이라는 프로젝트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남녀의 사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족,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 그들을 둘러싼 풍경을 묶음으로써 세계의 모든 것이 '하나의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두 사람을 비닐로 감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의 이 프로젝트는 한 가지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바로 예술 활동에 너무나 많은 비닐을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디자인 업계에서는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요.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비닐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의견이죠.

실제로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난파선 아래에서 특별한 사진전을 연 작가, 해안에 떠밀려온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가구를 만든 디자이너 등이 화제가 되었으며 심지어 명품 브랜드 프라다에서도 기존에 사용하던 포코노 소재 대신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플라스틱, 낚시 그물, 비닐 등을 모아 세척한 후 가공한 원단 에코닐(ECONYL)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환경 문제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아니지만 버려지는 청바지를 모아 선글라스를 만드는 디자이너, 버려지는 트럭용 방수 천 등을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 심지어 폐컨테이너를 재활용해 만드는 건축물까지 어떻게 하면 버려지는 것을 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환경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비닐의 사용은 다소 아쉬운 대목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창의적 활동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런 식의 판단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환경 보호와 표현의 자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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