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었든,
랍스터를 먹었든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모든 것은 변기로 갑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세상 이치를 보여주는 메타포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이 진리가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아메리카'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 작품은 뭔가 추상적이거나 애매하지 않습니다. 누가봐도 이 작품의 형체는 알아보기 쉬웠는데요. 바로 '변기'였습니다.
당연히 그냥 변기는 아니겠죠. 바로 18캐럿 금으로 만든 변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의 경제 불균형과 부의 세습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지나친 부에 대한 조롱을 담은 풍자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영국 잉글랜드 남부의 우드스톡에 있는 블레넘 궁전에서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9월 12일에 전시를 시작해 10월 2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으며, 미리 예약한 관람객에 한해 단 3분 동안만 사용이 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호화스러운 변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 황금 변기가 도난당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관람객들이 없는 새벽 시간 절도범들이 침임해 변기를 뜯어냈다고 하네요. 오전 4시 57분 경 도난 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절도범들은 4시 50분 경 블레넘 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블레넘궁은 물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이 변기는 48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7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변기는 회수되지 못했으나 이 사건과 관련된 남성 1명을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 변기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요. 트럼프 2018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반고흐의 1888년작 <아를의 눈 덮인 들판>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구겐하임 미술관의 큐레이터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이 황금 변기를 대신 빌려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로 비판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는 이 사건은 백악관 측에서 이 변기를 거절함으로써 일단락 되었죠.
백악관에 들어갈 뻔 했던 변기가 지금은 도둑들의 손에 있는데요. 이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매우 아이러니하기도 한 일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