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건물, 철거만이 답?' 논란 딛고 새 생명 얻은 건축물

'적산가옥'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적산가옥은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 남겨놓고 간 집이나 건물을 뜻합니다.

적산가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제의 잔재는 없어버려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아픈 역사의 흔적도 보존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레트로'라는 이름 아래 적산가옥을 개조해 분위기 좋은 카페나 갤러리로 만들어 SNS 성지라는 마케팅으로 손님을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인식 없이 일제의 잔재를 하나의 유행처럼 인식하게 한다는 비판도 있죠.

현재는 19개의 적산가옥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적산가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한 적산가옥을 현대적으로 변신시켜 화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수행되었는지, 이 건물은 어떻게 사용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회현동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회현동의 골목에 있는 한 주택을 개조한 것인데요. 이 주택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증축과 개축을 반복하며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사무소에서는 지붕을 기준으로 증축된 부분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다 없애버린 것이죠. 그리고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외벽에는 유리창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은 '천장'이라고 하는데요. 이 천장은 전통적인 일본 집의 목조 천장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2층의 벽과 기둥을 대부분 없애고 철골구조로 구조 보강을 했습니다. 또한 이 천장을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서울시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왜 실행한 것일까요? 앞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고 했는데, 도시재생사업이란 무엇일까요?

도시재생사업이란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한 후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데요. 부수고 다시 만드는 재개발이 아닌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를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즉 어린 시절 뛰어놀던 추억의 동네가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옛 추억을 간직한 채로 보다 깨끗하고 생기 넘치게 동네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건물은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될까요?

먼저 이 건물의 1층에는 공동육아실, 로비 및 휴게실, 그리고 사무실이 있습니다. 부모가 주체가 되어 아이를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으며, 휴게실은 무더위 쉼터 등으로 사용될 수 있겠죠.

2층에는 오픈 강의실, 홀, 테라스 및 창고가 설치되어있는데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강의 등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눌 공간으로도 사용될 것 같네요.

그러나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이 있다 보니 이 공간의 활용도도 주민들의 참여와 요구에 맞춰 사용될 것 같습니다.

이런 주민 공유시설을 '앵커 시설'이라고 하는데요. 앵커 시설은 쉽게 말하면 종합지원센터로 앞으로 계속 이어질 도시재생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된다고 하네요.

기와, 목재 등의 옛날 소재와 철근, 유리 등의 현대적 소재가 잘 활용된 건물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서울시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일식 근대가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 모든사진출처 : 이용주 건축스튜디오(yongju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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