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그린 색상의 벽과 바닥, 그리고 체리색 원목의 침대, 그리고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베딩, 그리고 같은 색상의 암체어까지.
심지어 이곳의 체크인 시간은 저녁 9시, 그리고 체크아웃 시간은 아침 8시입니다. 객실 내에는 욕실도 없어서 욕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객실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은 15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만 원입니다.
여러분은 이 객실을 예약하실 것 같으신가요? 이 객실은 2월 23일까지 운영하는데요. 놀랍게도 모두 매진이라고 하네요.
이 방이 매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화가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라는 예술가를 아시나요? 호퍼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당시 유행하던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윌렘 드 쿠닝, 잭슨 폴락)과는 다른 화풍의 그림을 그렸죠. 텅 빈 거리, 인공조명,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는 여자 등을 그리며 도시인의 고독과 절망을 화폭에 담아내며 1, 2차 세계대전, 그리고 경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인들에게 위로를 전했는데요. 그의 쓸쓸하고도 암울한 분위기의 그림들은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객실은 리치먼드(Richmond)의 버지니아 미술관(Virginia Museum of Fine Arts, VMFA)에 설치되어 있는데요. 이 미술관에서는 2019년 10월 26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에드워드 호퍼와 미국의 호텔 Edward Hopper and the American Hotel>이라는 전시를 진행하며, 이 객실도 전시의 한 이벤트로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이 객실은 호퍼가 1957년에 그린 그림 <웨스턴 모텔 Western Motel>의 그림을 재현한 것인데요.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 있는 고독한 여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술 애호가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특별한 기회일 것 같은데요. 아쉽게도 지금은 모든 날짜의 객실이 매진되어 예약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이런 이벤트를 마련한 버지니아 미술관 측의 기획력도 찬사를 받고 있는데요. 이 객실을 이용했던 고객들은 3D로 재현된 작가의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좋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