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성인용품까지?' 갖가지 논란 일으킨 패션쇼, 알고 보니 중국인 디자이너?

매우 치열한 패션 업계.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각종 패션 위크 때 사활을 걸고 패션쇼를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때때로 이 열정이 너무 지나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요. 오늘 RedFriday에서 소개할 패션쇼도 이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 뉴욕의 뉴욕주립대학교 안에는 패션 명문 학교가 있는데요. 바로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입니다. FIT에서는 몇 년 전 새롭게 석사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Master of Fine Arts program in Fashion Design이라는 학과이죠. 

얼마 전 뉴욕 패션 위크 주간에 뉴욕 맨해튼의 피어59 스튜디오에서는 이 석사 과정을 밟은 졸업생들의 첫 패션쇼가 열렸습니다. 총 10명의 졸업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던 것이죠. 학위 과정이 개설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패션쇼이기에 학교 측에서도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요.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잡음만 무성한 패션쇼가 되었습니다.

모델들이 착용한 '액세서리'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원숭이 귀를 떠올리게 하는 과장된 소품, 두껍고 빨간 입술, 사자의 갈퀴같이 흩날리는 풍성한 눈썹을 착용하고 런웨이에 선 모델들이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죠. 흑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비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두꺼운 입술은 성인 용품의 종류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 패션쇼에 선 한 모델의 폭로도 이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습니다. 4년 경력의 모델 에이미 레페브레(Amy Lefevre, 25)는 패션쇼에 서기 전 자신이 착용해야 하는 귀와 입을 보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하는데요. 그는 이 패션쇼를 운영하는 스태프에게 이 액세서리를 도저히 착용할 수 없다고 말하자 스태프는 '45초만 불편한 것은 괜찮지 않냐'라고 대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에이미 레페브레 대신 흑인이 아닌 모델들이 이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런웨이에 섰다고 하네요. 

이 패션쇼는 FIT 교수 겸 새로운 석사 학위 과정의 학과장인 조나단 카일 파머(Jonathan Kyle Farmer)가 총괄했으며, 영국 패션 브랜드 NAMES LD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처드 손(Richard Thornn)이 만들어냈는데요. 리처드 손은 이런 불만사항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의 지시를 따를 것을 명령했다고 합니다.

논란의 스타일링을 만들어낸 디자이너는 준카이 황(Junkai Huang)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졸업생이라고 하는데요. 한 목격자에 따르면 이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과장된 귀와 입술은 '신체의 추한 특징들'을 강조하기 위한 콘셉트였다고 하네요.

결국 이 패션쇼는 논란이 되었고 FIT의 총장 조이스 브라운은 공개서한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소품들이 '인종'에 관련된 것을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한편, 지난해 명품 브랜드 구찌에서도 두꺼운 입술을 강조하는 '블랙페이스'를 연상시키는 터틀넥을 출시하며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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